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5일 이른바 ‘경제 활성화’와 관련해 논란을 빚어온 탄력근로제 확대, 신산업 육성 지원법 처리 등 규제완화 입법에 합의했다. 광주형 일자리 정착을 위해 초당적으로 지원하고,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규제완화 법안은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해온 사안이어서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전망이다.
■ 탄력근로제 확대, 사회적 대화 대신 국회에서 합의처리
여야정 협의체는 정의당의 반대 속에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사실상 국회에서 보완입법을 통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사정위원회에서 1~2년 기다릴 사항은 아니다.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가 장시간 소요될 경우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부분은 사전에 정무수석이 조율한 결과를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여야가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 모든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2022년 말까지 여유를 두고 결정하기로 한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의 경우, 현실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셈이다.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은 노동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의 반발에 밀려 탄력근로제 확대로 정책 흐름을 바꿔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단속보다는 제도 정착에 초점을 두고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합의로 이런 흐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 참여한 정의당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에 정의당은 시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도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주 52시간제가 현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탄력근로제 확대로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겠다는 정치적 야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올해 안으로 추진해야 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 신산업육성지원법 등 추가적인 규제완화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규제완화 법안들도 신속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여야정 협의체는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혁신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한다”며 “추가적인 규제혁신 관련법 및 신산업 육성 지원법(4차 산업혁명 관련법 등) 처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여야는 지난 9월 정기국회에서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등 이른바 규제완화 3법을 처리한 바 있다.
이번 여야정 합의에 따라 추가로 논의될 규제완화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등 11명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4차 산업혁명 대비 신산업 창출과 산업혁신지원법안’과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 등 12명이 지난해 3월 발의한 ‘4차 산업혁명 촉진 기본법안’ 등이다. 두 법안 모두 4차 산업혁명을 범정부적으로 신속히 지원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최 의원 대표발의 법안은 국무총리에게, 홍 의원 대표발의 법안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주요 계획 수립·시행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밖에 개인정보 사용 범위를 넓히거나 원격 의료 또는 한국판 우버 영업을 가능하게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등 법안 처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나, ‘과도한 친기업 규제완화’라는 민주당 내 일부와 시민사회 반발이 넘어야 할 산이다.
■ 주주대표소송제 요건 완화 등 상법 개정
상법 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돼왔다.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상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개정안 처리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상법 개정안은 모두 8개로, 총수일가 전횡 방지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한 강화가 주된 목적이다. 핵심 내용은 회사 경영진의 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소액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주주대표소송제 요건 완화, 모회사 소액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다. 또 주총에서 선출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해 소액주주가 선호하는 이사가 더 쉽게 뽑힐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도 포함됐다. 당정청은 국회 통과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대기업 이해를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은 투자 의욕 위축,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지혜 곽정수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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