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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첫발도 못 뗀 ‘협치 약속’, 실망스러운 정치권

등록 2018-11-13 18:54수정 2018-11-13 18:58

민생 입법·예산 ‘초당적 협력’을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만남.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생 입법·예산 ‘초당적 협력’을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만남.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합의한 ‘협치 약속’이 일주일 만에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민생 입법·예산에 관한 초당적 협력을 다짐하며 지난 5일 12개 항의 합의문까지 발표했지만, 이를 실천할 실무회의는 무산돼버렸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약속이 첫발도 떼지 못하고 사실상 무력화할 위기에 처한 건 실망스러운 일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13일 청와대의 조명래 환경부 장관, 김수현 정책실장 임명을 문제 삼았다. 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돌려막기 인사’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사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을 요구하며 최소한의 조처가 없으면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애초부터 12개 항의 합의사항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확대, 비례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 등 정당 간 이해가 엇갈리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탕평채를 먹으며 합의문을 내고 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이유로 초당적 협력을 다짐했을 때, 국민들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것 또한 사실이다. 적어도 여야정의 최고 지도자들이 합의한 약속이 일주일 만에 뒤집히리라고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청와대의 인사 내용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건 국회의 당연한 임무다. 그러나 김수현 정책실장 임명을 ‘야당 무시’로 규정하고, 돌려막기 인사의 책임을 물어 민정수석 사퇴까지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 이것이 예산안과 법안 심사를 거부할 이유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몇이나 있겠는가. 청와대도 야당의 지적을 경청하고, 스스로 정국 경색의 빌미를 준 측면이 없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말꼬리 잡기 식 비난은 정치 불신만 키운다는 걸 여야 모두 명심하고, 하루빨리 ‘협치 약속’을 지킬 해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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