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경기도회가 지난 2일 경기도교육청에 보낸 공문.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에 반발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경기도회가 국가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과 ‘처음학교로’를 수용하는 대신 현행법에도 어긋나는 유치원 건물 이용료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관련기사 5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유치원(총 1063곳)이 몰려 있는 한유총 경기도회가 이런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궁지에 몰린 사립유치원들이 ‘에듀파인’과 ‘처음학교로’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그동안 주장해온 ‘사적 재산권 보장’ 내용을 구체화하는 시도로 보인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교직원 인사(나이스) 관리 시스템 도입 등 유치원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마련해야 할 조처가 많은데, ‘에듀파인’과 ‘처음학교로’ 수용만을 조건으로 임대료 인정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한겨레>가 입수한 문서를 살펴보면, 한유총 경기도회는 지난 2일 ‘사립유치원 공공성 확보를 위한 지원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경기도교육감을 수신인으로 해서 경기도교육청에 보냈다. 송기문 한유총 경기도회 회장 명의의 공문은 “사립유치원은 투명성과 책무성을 확립하기 위해 국가 시스템인 ‘에듀파인’과 ‘처음학교로’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겠다”면서도 “사립유치원 교육환경의 안정적 구축과 설립자 생활권 보장을 위한 합리적 보상(건물 이용료)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건물 이용료는 한유총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유재산 인정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건물과 토지를 제공했으니 정부가 일정 이용료를 부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요구는 현행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은 학교이며 비영리기관”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함을 드러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한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한유총은 이날 집단 휴원 등 단체 행동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정부는 집단 휴원 등 단체 행동을 하면 공정위를 통한 불법성 조사를 하고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사립유치원은 교육기본법에 따라 설립되는 명백한 학교이며 공공성을 갖춰야 하는 비영리기관”이라며 “애초 유치원을 시작할 때 시설을 갖추고 공공성을 갖출 것을 전제로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시작했는데, 공공성에 반하는 영리 추구 요구는 법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립유치원 토지·건물에 대한 공적 이용료를 인정하면 다른 사립 초·중·고등학교 등에도 영향을 끼쳐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사립유치원이 자영업처럼 운영됐다 하더라도 무상보육 정책 실시로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사립유치원 4220곳에 투입되는 누리과정 지원금은 약 2조원이며, 이미 사립유치원 운영예산의 45%를 차지한다.
나아가 공공성 확보를 위해 더 강화된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지난 국정감사 결과 설립자 가족들을 교직원으로 등록해 막대한 월급을 가져간 사례를 봤다”며 “교직원 인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이런 문제를 방지해야 하고, 학부모 부담금 상한제 등 유치원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장 대표는 “에듀파인과 처음학교로 수용만으로 임대료를 인정해달라는 한유총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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