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찬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왼쪽 셋째)이 3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정부와 여당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국·공립 유치원 40% 조기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공립 유치원 수요가 많은 서울시교육청이 30일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특별대책’ 을 선제적으로 내놓으며 공립 유치원 확충에 박차를 가한다. 시교육청은 현재 18% 수준인 공립유치원 유아수용 비율을 2022년 하반기까지 4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다양한 유형별 공립 유치원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커지는 상황을 엄중히 생각한다”며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현재 단설유치원이 없는 서울시 7개 자치구에 단설유치원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공립 단설유치원은 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형태의 유치원이다. 독립된 건물을 사용하고,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육공무원이 원장을 맡아 교육 프로그램도 체계적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단설유치원이 없는 구는 영등포·도봉·종로·용산·마포·광진·강북구다. 교육청은 이 자치구들에 유치원을 새로 짓거나 기존 사립형 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바꿔 단설유치원을 2020년까지 최대 40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관악구에 있는 한 사립유치원의 매입 절차만 밝혔을 뿐, 각 자치구별 신설·매입형 단설 유치원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신설되는 초등학교에 병설 유치원 설치를 의무화하고, 학교시설 증·개축 시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유치원 신·증설 가능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는 것을 의무화한 점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유휴 교실을 활용한 병설유치원은 내년에만 33학급 늘릴 계획인데,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늘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공영형 유치원 공급도 현재 4곳에서 내년 10곳까지 늘리기로 했다. 사립 유치원의 법인화를 통해 유치원 운영·회계 처리를 공립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는 공영형 유치원은, 인건비 등을 공립 유치원 수준으로 지원해준다. 시 교육청은 ‘유치원 법인화 지원센터’를 설치해 법인화에 대한 홍보, 관련 법률 자문 및 원스톱 대행 서비스를 실시해 공영형 유치원을 확대해간다는 방침이지만, 사적 재산권을 주장하는 사립 유치원의 참여율이 저조해 어떻게 참여를 유도할 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사회적 협동조합 유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와 공동 설립 유치원’ 등 새로운 유치원 설립 모델도 도입할 계획이다.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학부모들끼리 조합을 꾸리거나, 교사와 함께 조합을 만들어 직접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2005년부터 비슷한 형태의 협동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는데, 학부모가 직접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 유형의 유치원은 이익을 챙기는 경영자가 따로 있지 않아 아이들 먹거리 등 교육환경에 더 신경을 쓸수 있고, 교사 1인당 유아수도 국·공립보다 적은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와 교사가 노동조건개선위원회 등을 통해 임금을 협의하는 만큼 교사 처우도 향상될 여지가 높다. 아울러 아이들 교육 과정에 학부모와 현장 교사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사회적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학부모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동안은 유치원 설립자나 경영자 소유의 건물이나 땅을 보유해야만 유치원 설립 허가가 이뤄져 초기 비용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앞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유치원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시설을 빌려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 개정령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학부모들이 직접 조합원이 돼 유치원을 운영하고, 공동육아가 가능해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육·급식·안전·회계 등에 투명성과 공공성이 강화된 유치원 운영모델의 설립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치원 시설 등을 갖추는 과정에 조합원인 학부모의 목돈이 필요하고, 매달 원비와 함께 조합비를 추가로 내야하는 부담이 있다. 또 일부 협동어린이집 사례를 보면, 학부모와 교사 등이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충돌이 갈등으로 번지는 일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날 대책에는 공립유치원 확대 계획 외에도 흔들림 없는 유아 학습권 보장, 사립유치원 지도·감독 강화, 사립유치원과 협력 체제 구축, 사립 유치원 투명성·책무성 제고 방안도 함께 담겼다.
사립유치원의 휴업 등 집단 행동으로 유아의 학습권이 침해될 경우를 대비해 ‘유치원 공공성 강화추진단’을 운영하면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해 학습권을 철저하게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휴업, 휴원, 폐원, 모집 정지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실태를 파악한 뒤 정상화를 설득하고 관련 법률에 따라 상황별 대응을 할 계획이다. 또 정상화가 안될 경우 유아교육법 제30조에 따라 유치원의 정원 감축, 학급 감축 또는 유아모집 정지나 해당 유치원에 대한 차등적인 재정 지원을 한다.
지도·감독 대책 방안으로는, 내년부터 시교육청 감사관실에 유치원 감사를 총괄하는 ’유치원 감사 전담팀’을 구성해 일관되고 체계적인 감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치원비리신고센터도 운영한다. 또 단계적으로 도입될 에듀파인 회계시스템이 빠른 시간 내에 유치원 현장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연수원 집합교육, 사이버 연수 등을 실시하고, 전·현직 공무원을 활용해 ‘찾아가는 컨설팅’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양선아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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