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기 한대 27일 새벽 파견…우선 괌으로 수송 뒤 귀국 방안
호텔 물난리에 정전ㆍ단수…공항 27일까지 잠정 폐쇄
태풍 ‘위투’가 강타한 사이판의 한 리조트 로비가 강풍으로 파손돼 있다. 독자 촬영·제공, 연합뉴스
초강력 태풍 위투가 사이판을 강타해 현지 공항이 폐쇄되면서 우리 여행객 1800여명의 귀국길이 막혔다. 이들의 조기 귀국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군 수송기를 27일 현지에 파견할 예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해 “오늘 대책회의에서 국민들을 조속하게 수송하는 방안을 강구했다”며 “군 수송기를 파견하는 안을 포함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국토교통부, 국방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사이판 공항 운영 재개가 늦어질 경우 27일 새벽 군 수송기 1대를 현지에 파견하기로 하고, 영공 통과와 공항 착륙 허가를 요청했다. 외교부 직원 2명도 급파된다. 군 수송기가 파견되면 발이 묶인 여행객들을 사이판에서 가까운 괌으로 우선 수송한 뒤 괌→한국 이동은 국적 항공사에 증편·증석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여행객들의 귀국 상황에 따라 군 수송기를 추가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지 도로가 파손돼 공항까지의 이동이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버스를 제공하고, 신속대응팀을 보내 식수, 비상식량, 상비약 등 구호물품도 지원하기로 했다. 사이판 여행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발령했다.
슈퍼 태풍 ‘위투’가 덮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 섬 남서쪽 해안 대형 리조트에서 25일 새벽 객실 유리창이 파손돼 비가 들이치자 한국인 투숙객들이 아래층 복도로 몸을 피한 모습. 한국 관광객 제공·연합뉴스
제26호 태풍 위투가 25일 새벽 4시(현지시각. 한국시각 새벽 3시)께 사이판에 상륙하면서 섬 전체가 큰 피해를 봤다. 도로, 전신주, 주택 등이 크게 파손됐다. 위투는 최대 풍속이 시속 290㎞(180mph)에 이르러 사이판을 강타한 역대 최대 규모급 태풍이다. 현지 상황은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정전과 단수, 통신 장애가 계속되는 등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정원의 나무가 뽑힐 정도로 태풍의 위력이 강해 호텔 객실에 물난리가 나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비상계단으로 오르내리는 등 공포의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사이판에 여행을 왔다가 태풍 피해를 겪은 김아무개(33)씨는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태풍 때문에 호텔에 물이 들어와서 물을 퍼냈다. 호텔이 단수되고 정전도 됐다. 창문이 깨질 것처럼 심하게 흔들려 밤새 많이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전봇대가 차를 덮치고 차가 뒤집히기도 했다”며 “어떤 분은 세탁기가 문 앞까지 날아왔다고 했고, 어떤 분은 거실이 무너져 대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외교부는 사이판 국제공항 임시폐쇄로 약 1800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귀국 항공편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며 불편을 겪고 있으며, 교민 2천여명 중 경상 1명, 주택 4가구 손상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사이판 국제공항 당국은 26일 늦게 활주로와 관제탑 등의 피해 상황을 고려해 운항 재개 일정을 결정한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국에서 사이판으로 가는 직항 국적 항공편은 제주항공(하루 왕복 3회), 아시아나항공(1회), 티웨이(1회) 등 3곳으로 26일 태풍 위투 탓에 모두 결항 상태다. 이들 항공사는 사이판 항공의 재개 일정 등 관련 입장 발표를 기다리며 향후 항공편 결항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항공사들은 지진·태풍 등 기상 탓에 항공편이 지연·결항하는 경우 수수료 없이 여정 변경이나 취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희 최하얀 임재우 기자 minggu@hani.co.kr[화보] 태풍 ‘위투’ 사이판 강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