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어린이집의 비리 근절 대책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4만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보조금 부정수급·유용 여부 등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이 하는 점검만으로는 보육 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린이집 점검·행정 처분을 관할 지자체가 맡고 있는데, “인력 부족 및 오랜 유착 관계” 등이 문제로 꼽힌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이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골프를 하러 다닌다는 등의 제보가 들어온다”며 “지자체 점검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복지부에 “익명이 보장되는 내부고발을 독려하거나, 담당 지자체가 아닌 다른 지자체가 어린이집 조사에 나서는 방안 등을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상희 복지부 보육정책관은 “(담당이 아닌 다른 지자체가 조사하는) 교차점검을 한 적은 없는데, 지자체와 협의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2013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어린이집 지도·점검의 문제점과 개선과제’에서도 “지도·점검에 투입되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자체들이 보조금 부정수급 등 어린이집 위반사항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어린이집 질 관리와 부모들의 어린이집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된 ‘평가인증제’가 유명무실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질책이 쏟아졌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는 보육환경·운영관리·건강 등 여러 영역을 평가해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믿고 맡길 만한 어린이집’이라는 인증을 해주는 제도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육진흥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동학대 사건으로 인해 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은 2014년 16곳, 2015년 40곳, 2016년 44곳, 2017년 55곳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해당 어린이집들의 평가인증 평균 점수는 90점이 넘었다. 또 지난해 보조금 부정수급이 적발된 어린이집 165곳 가운데 99곳(60%)은 인증을 받은 상태였다. 인증 여부가 어린이집 선택의 기준으로 신뢰하기 어렵고, 부실한 관리나 비리 등을 걸러내는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춘숙 의원은 “불시점검 확대로 상시적 질 관리가 필요하고, 보조금 부정수급을 방지할 수 있도록 평가 항목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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