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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유총 지도부 7명 ‘비리 유치원’ 운영했다

등록 2018-10-17 20:56수정 2018-10-18 11:04

전 이사장·비상대책위원장부터
지회장들까지 감사에서 비리 적발
운영비로 가족에게 특혜 주거나
과태료 납부 등 쌈짓돈처럼 사용

“국민께 송구” 기자회견 하면서도
MBC 상대로 가처분신청 내고
손배소송 등 언론사에 반격 준비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립유치원 개혁 요구가 커질 때마다 ‘대규모 집단휴업’ 등을 선언하며 격렬하게 반발하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주요 임원 상당수가 비리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을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유총의 이런 행태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은 ‘유치원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 절차에 착수하는 등 또다시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7일 <한겨레>가 한유총의 최정혜 전임 이사장과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 전국 16곳 시·도 지회장이 운영하는 유치원 감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이 가운데 7곳이 각 시·도 교육청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불거진 뒤 강경 대응을 주도해온 최 전 이사장과 이 비대위원장의 유치원은 거액의 유치원 돈으로 가족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주는 등 운영비를 쌈짓돈처럼 쓰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최 전 이사장이 대표를 맡은 경남 창원의 ㄱ유치원은 최 전 이사장의 남편 소유 땅을 2년간 ‘자연생태학습장’ 명목으로 이용하며 7400만원을 지급했다가 시교육청에 적발됐다. 이 유치원은 예·결산서를 공개하지 않거나, 유치원 회계통장 관리 규정을 어긴 채 설립자 이름으로 된 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 유치원 예산으로 최 전 이사장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차량 보험료를 내는가 하면,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영양사·조리사 의무채용 규정도 어겼다. 최 전 이사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행정적 미숙함이 있었고, 부족한 부분은 고쳐나가겠다”고 해명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대전·대구시교육청, 강원·경북·충남·충북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대전·대구시교육청, 강원·경북·충남·충북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최 전 이사장에 이어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덕선 비대위원장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이 비대위원장이 운영하는 경기도 ㄴ유치원은 2015~2017년 경기도교육청 특정감사에서 이 비대위원장의 자녀가 연구실장으로 근무하는 숲체험장을 이용하고 한유총 연합회비로 10차례에 걸쳐 547만원을 내는 등 불법행위로 3억원대의 회계 보전조처를 받았다. 이와 함께 원장이 ‘정직 3개월’ 중징계 대상에도 올랐다. 또 설립자인 이 비대위원장이 부담한 인건비와 시설물 설치비를 보전해주려는 명목으로 유치원 계좌에서 설립자 개인 계좌로 759만여원이 이체된 사실도 적발됐다. 한유총 내 강경파로 알려진 이 비대위원장은 취임 뒤 일부 사립유치원장들과의 모임에서 “(사립유치원 감사는) 생사람을 잡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감사 결과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시·도 지회장들이 운영하는 유치원들이 비리에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대전에서 6학급 규모 유치원을 운영하는 ㅇ지회장과 경북 ㅎ지회장은 각각 통학·현장학습 차량 부실계약, 수천만원대 과태료와 기부금을 유치원 회계로 납부했다가 감사에 적발됐다. 제주의 ㅇ지회장, 충북의 ㅇ지회장, 대구의 ㄱ지회장도 회계집행, 부당한 유치원 공사 발주, 부적절한 생활기록부 작성 등을 감사에서 지적받았다. 전직 한 교육청 시민감사관은 “한유총 이사장이나 지회장들의 힘이 생각보다 훨씬 세다”며 “감사 대상을 철저히 보안에 부치지 않으면 이들에 대한 감사 자체가 어렵다. 시·도 의회나 각종 기관을 통해 ‘느슨한 감사’를 압박하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각 지회장이 운영하는 유치원 비리가 불거지자 이날 누리집에 소개된 지회장 명단을 모두 삭제했다.

한유총은 대규모 사립유치원 비리 공개로 궁지에 몰리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린 뒤 반격에 나서고 있다. 한유총은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문화방송>(MBC)을 상대로 감사 결과 공개금지 가처분신청을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앞으로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정정·반론보도 청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실명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한유총이 국내 3대 로펌 가운데 하나를 통해 저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한유총이 기자회견에서 ‘죄송하다’고 말할 때까지는 반성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소송 위협에 굴하지 않고 유치원 비리 해결 끝을 보겠다”고 밝혔다.

전국 사립유치원 70%가량이 가입된 한유총은 지금껏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나 회계시스템 투명화를 위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매번 유치원생을 볼모로 한 집단휴업 등 저항을 반복했다. 2002년 정부가 공립단설유치원 확대 정책을 내놓자 “사립유치원이 경영난을 겪게 될 것”이라며 반대운동을 벌였고, 2년 뒤엔 영아와 유아교육을 분리하는 ‘유아교육법’을 관철했다. 2012년 누리과정 도입 때 사립유치원 지원금의 지출 투명화가 주요 의제로 등장했지만, 한유총이 ‘사립유치원 운영비 등은 사유재산’이라는 논리로 정치권을 압박해 ‘유치원 회계 투명화’ 노력을 좌절시켰다. 지난해에는 유치원 회계감사를 법 테두리에 포함시키려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안’에 반발하는 집단휴업으로 지탄을 받았다.

한유총 비대위는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해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심려를 끼쳐 국민께 송구하다”면서도 “현실에 맞지 않는 회계·감사기준 때문에 ‘비리’라는 오명을 쓴 것”이라고 주장한 뒤 지금껏 별다른 자정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최 전 이사장을 제외한 이 비대위원장 등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각각 운영하는 유치원의 감사 적발 사항과 한유총의 향후 대응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응하지 않았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확정한다. 다음주에는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종합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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