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정보공시 누리집 ‘유치원알리미’ 화면 갈무리.
4살 아이를 키우는 신아무개(34)씨는 요 며칠 인터넷 지역 카페에 들어가 유치원 정보를 수집 중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유치원 정보조회 시스템 ‘유치원알리미’를 통해 교육비 등을 알아봤지만, 실제 비용과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씨가 아이를 보내고 싶었던 서울 ㄹ유치원은 입학금 30만원에 교육비가 월 24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학기별로 내는 차량운영비가 75만원으로 비쌌지만, 원복비와 현장학습비가 ‘0원’이어서 보낼 여력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ㄹ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의 말은 달랐다. 첫해에 원복 구입비만 60만~70만원이 들었고, 현장학습비 등도 수시로 아이 편에 보낸다고 했다. 신씨는 “원복을 유치원 앞 교복집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유치원이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비용을 유치원에 내지 않는다고 0원으로 처리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치원알리미’는 학부모들이 유치원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누리집을 통해 전국유치원의 교직원 현황과 교육과정, 교육·보육비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교육부가 운영 중인 이 누리집에 현실과 동떨어진 엉터리 정보가 많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공시 정보를 유치원이 직접 입력하고 있는데, 관리 기관은 인력이 부족해 이런 정보를 검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ㅂ유치원 사례를 보면, 유치원알리미에는 원복비와 현장학습비가 0원으로 공시돼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원복비와 체육복 구입비를 내고 현장학습비도 지출하고 있다. 또 ㅂ유치원은 입학금 32만원을 한꺼번에 받지만, 유치원알리미에는 2만6천원으로 기재하며 ‘월 단위’라고 쪼개 놨다. 이는 모두 교육부의 유치원알리미 교육비용 작성지침 위반이다. ㅂ유치원의 한 학부모는 “교육비랑 방과후 비용은 다 계좌이체를 하는데 현장학습비와 원복 구입비 등은 모두 아이 편에 현금으로 보낸다”며 “현금으로 받는 항목만 유치원알리미에 0원으로 돼 있으니 이 돈이 투명하게 쓰이는지 의심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ㅂ유치원은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실상이 이렇지만 교육부는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유치원이 공시등록 시스템을 통해 자료를 입력하면 시스템 검증을 통해 기계적 오류값만 걸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에 8800개의 유치원이 있는데 각 교육청에 공시 담당자는 1~2명 수준”이라며 “감사를 나가지 않는 한 유치원이 허위 정보를 올렸는지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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