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연예술고교 학생들이 한 보험회사가 마련한 직장대상 만찬회에서 교복을 입고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실 제공.
“공연으로 우리를 보는 게 아니라, 완전 축제하는 듯이 자기들끼리 술 마시고 술 취한 사람들이 다수였는데 공연을 시켰어요. 교장은 (보컬전공 친구들에게) 학생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 부르면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으니 바꾸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돌사관학교’로 불리는 서울공연예술고교가 미성년자 학생들을 술자리 모임에 수십차례 동원해 공연을 하게 하고, 사례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이돌 방탄소년단(BTS) 정국과 가수이자 영화배우 수지 등이 졸업한 학교로,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5일 “아이돌사관학교로 불리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학생들을 술자리 모임에 동원해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제보자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종합하면, 서울공연예술고교 교장과 행정실장은 2017년~2018년 동안 ㄷ손해보험 만찬과 행정실장이 졸업한 동문회 행사 등의 행사에 26차례나 학생들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2월과 2018년 3월 ㄷ손해보험 행사에서는 공연비로 각각 100만원과 300만원이 제공됐지만, 공연비가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학교가 이를 가로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보자는 “교장은 공연준비를 빌미로 일반 수업은 물론 실기수업도 빠지게 했다”며 학습권 침해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해외공연에 학생들이 자비를 내고 참석해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공연예술고교는 2018년 6월20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오키나와 투어 공연에 학생들을 동원했지만, 학생들은 항공료와 숙박료, 의상비 70여만원을 직접 부담했지만, 어떤 비용도 받지 못했다. 이 공연에는 300명의 공연이 1만5천원 가량의 입장료를 내고 참석했다. 박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학생들을 동원한 교육이 26차례 이뤄졌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줘야할 학교가 아이들을 사적인 동문모임이나 보험회사 만찬 등에 데려가면서 공연비는 교장 개인의 소득으로 가져가 학생들의 꿈을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서울공연예술고교의 이 같은 행위는 학부모들에 의해 서울시교육청에 제보됐고,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일부터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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