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근무 당시 확보한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퇴직시 반출하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유해용(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자료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12일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료 파기 사실을 숨긴 경위를 밝혔다. 유 변호사는 지난 6일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직후 유출 자료를 파쇄하거나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9일 검찰에서 조사받으며 이를 밝히지 않았다. 유 변호사는 “제가 추궁당할 것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컸고, 대법원에서 회수를 요청한 상황에서 입장을 표하기 난처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자료 보존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쓰고도 자료를 파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확약서는 형사소송법상 작성 의무가 없는데, 검사가 장시간에 걸쳐 작성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작성한 것”이라고도 했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2일 오후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유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 심사가 진행되던 시기 현직 판사들에게 ‘구명 이메일’을 보낸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제 안위를 걱정해서 먼저 소식을 물어보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보냈다”며 “조사도 받기 전에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호소하지 못하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현직 판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문건을 갖고 나오는 것이 ‘관행’인가” 등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반출 문건은) 판사생활 10여년의 내용이 다 담겨있을 거라고 보인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2014~16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확보한 재판연구관 보고서와 판결문 초안 등 다수 문건을 지난 2월 퇴직하며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5일 유 변호사 압수수색(1차)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고, 이에 별도 압수수색(2차) 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6일 기각됐다. 지난 7일 재차 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10일 대부분 기각됐다. 유 변호사는 지난 5일 압수수색 당시 연구관 보고서 등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검찰에 서약서를 써냈지만, 6일 영장이 기각되자 문건을 파쇄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현직 판사를 포함한 지인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메일도 보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차장)은 이날 오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김현석 전 선임재판연구관(현 수석연구관)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고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