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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배심원 앞에 ‘망치’ 꺼내든 검찰…‘궁중족발 사건’ 판단은?

등록 2018-09-04 15:43수정 2018-09-05 19:57

월세 300만원→1200만원 올린 건물주에
망치 휘두른 족발집 사장 ‘살인의 고의’ 쟁점
4~5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 뒤 결론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등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궁중족발집 사장 김아무개씨에 대한 선처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맘상모 제공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등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궁중족발집 사장 김아무개씨에 대한 선처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맘상모 제공
배심원 앞에 ‘망치’ 꺼내든 검찰…‘궁중족발 사건’ 판단은?

월세 300만원→1200만원 올린 건물주에

망치 휘두른 족발집 사장 ‘살인의 고의’ 쟁점

4~5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 뒤 결론

“오늘 재판은 임대인-임차인 분쟁이나 임차인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하는지를 따지는 자리가 아닙니다.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 봐주길 바랍니다.”(검사)

“자신을 괴롭히는 임대인에게 모욕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죽이려는 고의는 없었습니다. 피고인이 바라는 것은 본인이 지은 죄만큼, 상식을 근거로 배심원이 판단해줬으면 하는 것입니다.”(변호사)

4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지난 6월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둘렀던 ‘궁중족발’ 사장 김아무개(54)씨의 살인미수 혐의를 두고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배심원 8명을 설득하기 위해 검찰은 묵직한 망치를 법정에 들고 나왔고 변호인은 ‘건물 14채를 가진 건물주의 욕심’을 언급했다.

■ 그는 정말 사람을 죽이려 했나? 김씨는 6월7일 오전 서울 강남 건물주 이아무개(61)씨의 집 근처 골목길에서 이씨에게 망치를 휘둘러 전치 12주 상해를 입힌 혐의(살인미수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를 차로 들이받으려다 행인을 다치게 한 혐의도 있다. 김씨가 이씨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재판 쟁점이다

“가까이서 보실 분 계신가요? 한 번 들어보고 싶은 분 계세요?”

장태형 검사는 범행에 사용된 것과 비슷한 무게(1.46㎏)와 길이(40㎝)의 망치를 직접 들고 배심원 앞에 섰다. 법정에 설치된 화면에는 실제 김씨가 휘두른 망치 사진이 반복해 등장했고 범행 장면이 담긴 시시티브이(CCTV) 영상도 여러 번 재생됐다. 당시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각인시키려는 공판 전략이다. 검사는 “아래에서 위로 풀스윙하듯 머리를 겨냥해 내리쳤다. 이씨가 필사적으로 막았기에 빗맞은 거지, 제대로 맞았다면 배심원분들은 살인미수가 아닌 살인 사건을 심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는 “망치 무게를 직접 느껴볼 필요가 있다”며 망치를 건네받아 손에 쥐고 흔들었다. 배석판사와 배심원들도 돌아가며 망치를 들었다.

변호인은 이씨를 다치게 한 혐의 등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맞섰다. 김씨가 휘두른 망치가 이씨의 머리를 실제 때리지 못했으며, 이씨 머리에 생긴 상처는 몸싸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행이 오전 8시께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짚었다.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출근시간대 공개된 장소가 아닌 한밤에 일대일로 만나 칼을 사용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는 것이다. 조수진 변호사는 살인미수가 아닌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검찰이 ‘망치’ 제목을 단 자극적 언론보도를 의식해 살인미수로 기소했다”고 짚었다.

■ 그는 왜 망치를 들었나? 김씨와 건물주 이씨 사이의 오랜 갈등을 생생히 보여주는 문자메시지와 스마트폰 동영상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변호인 쪽 설명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2009년 김씨는 서울 종로구 서촌 ㅌ빌딩 1층에 ‘궁중족발’ 상호를 내건 점포를 열었다. 2016년 계약만료 넉달 전, 이씨가 새로운 건물주가 됐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0만원’을 내던 김씨에게 건물주 이씨는 ‘보증금 1억원, 월세 1200만원’을 통보했다. 가게 리모델링을 하고도 한달 순수입이 200만원 남짓이었다는 김씨에게 터무니없는 요구였다. 권리금을 챙겨 나가려 했지만 그마저도 합의가 여의치 않았다. 점포를 비우지 않은 김씨를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건물주 이씨가 이겼다. 퇴거에 불응하는 김씨를 내보내기 위한 강제집행이 12차례 있었다. ‘궁중족발’ 간판은 결국 사건 발생 전날 내려갔다.

강제집행에 저항하던 김씨는 왼쪽 손가락 4개가 ‘반절단’된 뒤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신나(시너)쇼 기대한다”, “신나 안 뿌리나” 등 건물주 이씨가 김씨를 모욕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도 공개됐다. 이씨는 김씨가 망치를 들기 전 일주일간 103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단순히 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이씨는 308억원에 달하는, 건물 14채를 가진 건물 소유자입니다. ‘99’를 가진 사람이 본인이 가진 ‘1’을 뺏으려 한다는 점에서 억하심정이 생겨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이 “재산권과 영업권의 극한 대립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2차 공판이 열리는 5일에는 건물주 이씨와 김씨의 심리상태를 설명해줄 정신과 전문의를 불러 증인신문을 한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는 배심원 평결을 참고해 6일 오후 김씨에 대한 선고를 한다.

■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어떻게? 김씨 사건으로 촉발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씨 같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데 여야가 합의했지만, 민생법안과 상관없는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이견으로 덩달아 무산된 탓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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