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에서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정소명 학생에게 야구공을 선물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시감. 요즘 세간의 모임에서 자주 듣는 단어다. 이 세 음절은 문재인 정부를 가리킨다. 현 정부의 양태가 한반도 평화 조성이라는 성과에도 과거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지 않는가라는 우려가 요지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재벌개혁과 비정규직 등 경제사회개혁의 핵심과제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데다, 최저임금 등의 현안을 두고선 노동조합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등의 상황이 참여정부 때 정책 실패의 모습과 닮아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의료기기 규제 완화’ 정책은 이런 우려가 공연한 기우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재정(중심)의 덫’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듯한 모습에선 그 심각성이 더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보유세와 금융소득 과세 등 세제개편과 여러 사회정책 개혁과제에 속도 조절과 재정이란 이름으로 제동을 거는 기획재정부의 태도가 기시감을 증폭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패싱이 아니라 기재부 방치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무리 화려한 사회정책 비전도 재정의 덫에서 벗어나지 않고선 구체적인 진전을 이뤄낼 수가 없다. 게다가 아직도 의미 있는 삽을 못 뜬 국정과제도 부지기수다. 지난 18일 지식인 일동의 “사회정책 포기 우려” 선언은 이런 상황을 토양으로 해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로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 역사적 임무는 응당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 행정부처 수장 등이 앞장서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임무를 그들이 독점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곤란하다. 현 정부와 청와대가 ‘참여정부 기시감’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은 아마도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시민 및 지식인 사회 등 ‘외부’와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넓게 연대하는 것이 아닐까.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