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문송면 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와 반올림 농성 1천일 맞이 삼성 포위행동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삼성 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 씨(39)와 그녀의 어머니 김시녀씨,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손을 잡고 삼성 본관을 둘러싸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삼성이 바뀌어야 사회가 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과 반올림 피해자의 대화를 주선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한국에서 사람들 통행이 가장 빈번한 곳 중 하나인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앞에는 천막이 하나 있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 지원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설치한 천막이다. 자그마한 비닐 천막 1개와 병풍처럼 그 천막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최첨단 건물 3개.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케 한다. ‘삼성 직업병’(백혈병)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2015년 10월 시작한 농성은 시나브로 1000일(지난 2일)이 넘어가고 있다.
삼성은 2015년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무시한 채, ‘자체 보상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해 10월에는 조정위원회를 통한 대화도 중단했다.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외면하고, 1000일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다. 반올림에 따르면 그 사이 피해자가 늘어 지금까지 320명이 피해 제보를 해왔고 118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올림과 문송면·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민중공동행동은 지난 4일 삼성 사옥 앞에서 직업병 인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추모식과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삼성 사옥을 한 바퀴 돌며 삼성이 직업병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삼성 포위 행동’에 나섰다. 행진의 맨 앞에는 삼성 엘시디(LCD) 기흥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사진 왼쪽)씨와 어머니 김시녀(가운데)씨,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섰다.
행사 마지막 순서로 참가자들이 삼성 사옥을 에워쌌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한혜경씨는 손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었다. 어머니 김시녀씨가 한씨와 황상기씨 사이에 서서 손을 연결했다. 작지만 아름다운 손들이 서로 맞잡았다. 크고 화려한 삼성 사옥보다 농성장을 1000일 넘게 이끌어온 이들의 힘이 더 강해 보였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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