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성희롱 전력에도 강대희(55·사진) 의과대학 학장을 총장 최종 후보자로 선출해 부실검증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사회 전 단계인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에서는 강 후보자의 성희롱 전력 등 비위 사실이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장 선출 과정의 총체적인 부실검증 논란이 제기된다.
4일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제27대 총장 선출을 위한 총추위 회의록(대외비)’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대 총추위(위원장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증 과정 전반이 밀실에서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이 드러난다.
총추위는 후보자 검증에 앞선 1차 회의에서 ‘총장추천위원회가 진행되는 동안 민감정보 등이 포함된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과 함께 총장 인선 뒤에 작성될 백서에도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은 백서로 간행해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 애초부터 ‘밀실 검증’을 도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총추위는 외부 인사 10명을 포함해 서울대 교수와 교직원 등 30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10명의 총장 지원자 중 투표와 검증을 거쳐 3명을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
총추위는 후보자들이 제출한 ‘자가 검증서’와 공식적인 ‘교내 기록’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 사항 위주로 후보를 검증’하기로 의결했다. 예컨대, 총추위가 후보자들에게 받은 ‘자가 검증서’ 항목에는 ‘성 비위를 저지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기자 성희롱’과 ‘룸살롱 부적절 언행’ 의혹을 받고 있는 강대희 후보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총추위는 이 과정에서 후보들의 자가 검증서를 교차확인할 ‘익명 제보’와 ‘구성원 제보’ 등의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 총추위 산하 검증소위 4차 회의록을 보면, 총추위는 ‘익명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 것으로 의결’하고, ‘대량메일로 대학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제보를 요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의했다. 검증 작업의 기본인 광범위한 제보 접수와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생략한 채 검증을 진행한 셈이다. 애초부터 후보들의 ‘셀프해명’에 기반한 형식적인 검증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근거 있는 자료와 함께 제출된다면 익명 제보도 철저하게 조사하는 게 맞다”며 “(익명 제보는 배제한 채) 실명 제보만 반영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총추위는 이사회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 검증 내용은 생략한 채, “총장 예비후보 자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검증 결과만 담아 보고했다. 서울대학교 정관에 따라 검증 업무를 총추위에 위임했던 서울대 이사회는 사실상 ‘깜깜이 심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한 서울대 이사는 문제가 있던 강대희 후보를 최종 후보자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총추위에서 나름 자료 조사를 한 뒤 통과된 후보를 가벼이 볼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총추위에 참여했던 한 서울대 교수는 “익명 제보와 구성원 제보를 받을 경우 총추위 위원 30명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학내에 루머가 확산되고 서울대 조직에 마이너스가 될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강대희 후보자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는 “총추위 일정상 너무 늦게 접수되어 검증할 시간이 없었고, 이사회 판단 사항이라고 봐서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 박준용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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