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의 의대 출신 총장 탄생’으로 화제가 됐던 강대희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자의 성희롱 전력과 성추행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대 쪽은 경미하다지만 논문 ‘자기표절’ 문제도 제기됐다. 평범한 자리도 아니요, 최고의 지성이라는 대학, 그것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상징성이 큰 서울대를 이끌 사람에게 이런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는 건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한겨레> 등 보도를 보면, 지난 2011년 술자리에서 한 여성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강 후보자는 다음날 사과를 하고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장과 서울대 법인설립추진단 부단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났다”지만 서울대 쪽은 그를 보직 해임했다고 해당 기자에게 밝혔다고 한다. 2015년 룸살롱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강 후보자가 여성종업원에게 ‘가슴 좀 풀어라 ××야’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본인은 강력 부인하지만, 이사회에선 별도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조사와 보고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대 개교 이래 학생들이 처음 직접 참여한 뜻깊은 총장 선거는 불명예로 얼룩지게 됐다. 3인을 추리는 총장추천위원회와 최종후보자를 뽑는 이사회 모두 총체적인 ‘부실검증’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미투 운동으로 대학가 성추행·성희롱 사건들이 잇따라 드러난 올해다. 서울대에선 2013년 이후 교수 4명이 성범죄로 파면·해임됐는데, 최근엔 폭언과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사회학과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만 내려져 학내 반발이 거세다. 수의대 교수의 성폭력 의혹도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성희롱 전력과 잘못된 젠더의식을 드러낸 이가 총장이 된다면, 서울대는 성평등 문화를 이룰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성평등’ 문제만큼은 이 정부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체감토록 하자고 말했다. 후보자 스스로의 판단, 그리고 임명제청권을 가진 교육부의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