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40원.’
급여통장에 ‘4월 급여’라고 찍힌 금액 23만9400원을 4월 근무시간인 35시간으로 나눴더니 나온 금액입니다. 시급 6840원은 제가 일했던 파리바게뜨의 한 매장에서 내건 시급 7600원의 90%에 해당합니다. 2018년 최저임금인 7530원보다 690원 적습니다. “수습기간 1달 동안엔 최저임금의 90%만 드려요.” 면접 때 매장 매니저에게 ‘설마’하며 들었던 말은 제가 서명한 근로계약서와 급여통장을 거쳐 ‘현실’이 됐습니다.
초단시간 노동자를 두고 보통 ‘법률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표현합니다. 근로기준법·기간제법 등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에서 대부분 ‘소정근로시간 주 15시간 미만’은 예외조항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4대보험도, 주휴수당도,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자’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은 바로 근로시간에 곱해 지급되는 최저임금 7530원입니다. 그러나 그조차 보장받지 못한 3주였습니다. 굳이 시급부터 짚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언니, 저도 다 알죠. 4대보험 안 들고, 주휴수당 안 주려는 것 다 뻔히 보여요. 심지어 최저임금도 다 안 주잖아요. 그런데 면접 보는 입장에서 그걸 어떻게 다 챙겨달라고 해요.” 같은 매장에서 일했던 청년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장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노동자들이 만나는 사업주는 때로 법을 넘어서고, 때로는 법을 따르며 군림합니다. 구직자들의 ‘선택권’은 사라집니다. 오롯이 매장의 상황에 짜 맞춰진 내 스케줄을 보며 “그나마 이런 조건에서라도 일하는 게 다행”이라며 자신을 위로할 뿐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된 뒤 ‘쪼개기 노동’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외식업·커피전문점 등의 하루 일과는 오픈/미들/마감으로 구분돼 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주 15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월수금/화목토/일’, ‘월수/화목/금토/일’같이 요일별로 갈라칩니다. 일부 언론은 초단시간 노동자 고용을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입은 사업주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인건비 절감 전략’으로 묘사하곤 합니다. 전략 맞습니다. 초단시간 노동자를 고용하면 사업주가 얻는 각종 인센티브를 모르지 않으니까요. ‘임금을 건드릴 수 없다면, 시간을 건드린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가장 명징한 전략입니다.
마침 최근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새로 포함하는 내용입니다. ‘이를 결정한 사람들은 정작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본 사람들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급여명세서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시간’이 끝입니다. 정기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따로 ‘받아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산입 범위를 둘러싼 논의는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까요.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마치 생업처럼 전전하고 있습니다. 정색하고 다시 말씀 드리지만, ‘경험’이 아닌 ‘노동’입니다. 각종 초단시간 일자리들이 증가하고, 청년·여성·노인 등 노동 취약계층이 여기로 몰리고 있습니다. ‘주15시간 미만’이라는 합법적 차별의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이유입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