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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수동 제화노동자들이 성동구청에 교섭 요구한 이유

등록 2018-06-05 13:10수정 2018-06-05 15:57

“서울시·성동구 수제화거리 조성 하면서
제화노동자들 열악한 현실은 외면” 비판
업체 사장들 공동 교섭단 구성 추진키로

지난달 11일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2번 출구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주최로 열린 ‘성수동 제화노동자 결의대회’에 제화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지난달 11일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2번 출구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주최로 열린 ‘성수동 제화노동자 결의대회’에 제화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수제화의 메카’ 서울 성수동 제화노동자들이 켤레당 3000원의 공임 인상과 소사장제 철폐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와 성동구청 등에 교섭을 요청했다. 지난달 구두 제조업체 ‘탠디’ 하청 노동자들의 점거농성 승리 이후 ‘소사장제’에 따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제화노동자들의 ‘노동자 권리 찾기’가 본격화한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5일 오전 서울 성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임 현실화와 소사장제 폐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 성수동 소재 구두 업체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 요구안은 지난달 11일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성수동 제화노동자들의 첫 결의대회 이후 각 공장별로 선출한 현장 대표자들의 회의를 거쳐 만들어졌다.

제화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서울시와 성동구청은 제화 산업을 살려보겠다고 성수역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고 수제화 거리를 꾸미는 등의 지원을 했으나 정작 제화 노동자들과 영세 사업주의 문제에 대해선 나 몰라라 했다”며 “특히 제화 노동자들은 손을 다치면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자기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당장 일을 할 수 없는 만큼 산재보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 수제화 장인이 굳은살이 박인 손길로 구두를 만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 수제화 장인이 굳은살이 박인 손길로 구두를 만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성수동은 미소페와 세라 등 백화점 수제화 브랜드를 비롯해 홈쇼핑, 동대문 시장, 온라인 쇼핑몰에 구두를 납품하는 소규모 공장 300여곳이 모인 한국 최대 구두 제조업체 집결지다. 현재 성수동 일대 업체에 종사하는 제화노동자들은 2600여명으로 추산된다. 서울시와 성동구청이 이 집결지에 외부 방문자를 늘리는 구상만 했지 정작 이 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처우에는 무관심했다는 것이 제화노동자들의 지적이다.

제화노동자들은 평균 20~30년 이상 경력에도 불구하고 2000년 무렵 도입된 ‘소사장제’로 인해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구두 회사 하청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4대 보험과 퇴직금은 물론 임금 인상을 위한 교섭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 앞에서 성수동 제화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소사장제 철폐와 공임단가 인상,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5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 앞에서 성수동 제화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소사장제 철폐와 공임단가 인상,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번 요구안에는 △켤레당 3000원 공임 인상 △소사장제 폐지 △노조활동 보장 △제화노동자 권익향상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이 포함됐다.

제화노동자들은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는 성수동 일대 제화업체 사장들에게 공동 교섭단을 꾸려 제화노동자들과의 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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