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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 구속영장’ 검찰의 고민은 끝났다

등록 2018-03-13 15:59수정 2018-03-14 19:14

[강희철의 법조외전] 16 이명박 전 대통령 어찌 되나

박근혜 이어 두번째 전직 대통령 구속 부담 느꼈지만
‘다스 주인=MB’ 이어 수백억 비자금 드러나며 결론
“사안이 중대하므로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어”
엠비 쪽도 예감한 듯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 물색
“그래, 엠비(이명박 전 대통령)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영장이 들어갈 것 같습니까? 검찰에서는 뭐라고 해요?”

요즘 만나는 법조인마다 던지는 질문이다. 엠비의 검찰 출석일이 14일로 정해진 뒤엔 빈도가 늘었다. 일전 어느 상갓집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연이어 받았더랬다. 법이라면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인데도 검찰의 속내가 못내 궁금한 모양이려니 했다. 그 중엔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물론이고, 현직 검사들도 있다.

이윽고 기자를 하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친구가 12일 소셜미디어로 물었다.

“엠비는 어떻게 되는 거야. 심히 불안.” 그러면서 “검찰 무척 불안하고 초조해 보임. (언론에) 얘기 흘리는 게 더 불안해 보임. 구술만 잔뜩”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내가 파악한 바로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내 말이 여론”이라며 기어이 추가 설명을 내놓으라고 채근했다. 그렇지 않아도 취재한 내용을 한 번 정리해야겠다 생각하던 참이라 답 문자를 날렸다. “그 의문에 오늘내일 사이 답해 드리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대부분 처벌을 피해갔다. 2015년 6월29일 오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방문한 날, 이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다. 14일 그는 검찰 청사 앞에서 어떤 표정을 보일까?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대부분 처벌을 피해갔다. 2015년 6월29일 오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방문한 날, 이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다. 14일 그는 검찰 청사 앞에서 어떤 표정을 보일까?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엠비 처리’ 즉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검찰이 잠시 고심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직 국가원수 한 사람이 ‘추가’되는 일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나라 체면론’ 혹은 ‘정권 부담론’ 같은 것인데, 현재 검찰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한 검사도 기자에게 에둘러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 “제대로 된 나라 치고 전직 국가원수가 부패 혐의로 연이어 구속된 경우는 아마도 선례가 없지요?” 외양은 여론 수렴이라지만, 평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라(정권) 걱정’ 많이 하기로 소문난 검찰이니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구속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12·12와 5·18 사건의 수괴이자 ‘공범’이어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 전두환씨가 이번에는 ‘때맞춰’ 검찰에 부담을 안겼다. 전씨는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 가운데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조비오 신부를 언급한 대목 등이 문제가 되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 사건이니 검찰의 출석 요구까지는 예측 가능한 당연 수순이었는데, 전씨가 이를 연거푸 거부하면서 조사가 미뤄지고 일이 복잡해졌다. 자칫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검찰 포토라인에 설지도 모를 일이었다.

검찰과는 다른 입장에서 ‘엠비 불구속’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여권 일부에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중에도 없지 않았는데, 주장을 요약하면 ‘선 자백·사죄 후 불구속 재판’론쯤 되겠다. 먼저 엠비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사실을 시인하며 국민에게 사죄하고 불법 축재한 재산을 모두 내놓는다는 전제하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만은 피해 보자는 것이다. 배경에는 새로 칼자루 쥔 정권이 전 정권 인사들을 겨누는 ‘악순환’을 그만 끝내자는 인식이 있다.

그중 제법 ‘발언권’ 있는 사람이 말했다. “절대 엠비 봐주자는 거 아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그만 끊자는 것이다. 엠비가 국민 앞에 죄과를 자백하고 불법으로 모은 재산까지 모두 내놓으면 영장 청구하지 말고 불구속으로 재판에 회부하자는 얘기다. 법원이 나중에 유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하면 오히려 더 깔끔하지 않겠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문통이다. 노 전 대통령이 당하는 걸 옆에서 봤으니 결자해지는 문통이 최적임자다. 법무부 장관 통해서 검찰총장 지휘권을 발동하면 가능한 일이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그 뒤로 사면 얘기도 할 수가 있지 않겠나. 근데 그러려면 엠비가 숙여도 모자랄 판인데….”

‘숙여도 모자랄’ 엠비는 때마침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했다. 희생 장병을 추모하는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지만, 여권 입장에선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발로 비칠 법했다. 어쩌면 ‘스스로 매를 버는’ 이런 상황에서 그 인사가 자기 생각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이틀 앞둔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생중계를 위한 방송국 천막들이 설치되어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이틀 앞둔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생중계를 위한 방송국 천막들이 설치되어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찰은 아직 엠비에게 어떤 처분을 하겠다고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엠비의 출석 날짜가 정해졌지만 밖으로 내놓는 답변은 변함이 없다. “그분(엠비)이 들어와 (조사를 받아) 봐야 알지요. 영장 청구 여부를 정해놓고 사람을 부르지는 않습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

그러나 검찰 지휘부의 방침이 ‘구속영장 청구’로 정해진 지는 좀 됐다. “다스의 횡령 및 탈세 금액 등 일부 사실관계의 확정과 정리가 필요하지만, 수사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 엠비가 들어와서 무슨 진술을 하건 (그걸 반박할) 다른 자료가 완비돼 있다. 그동안 조사한 모든 관계인의 진술이 일치한다. 사안이 중대하다. 그 사람(엠비)의 진술은 의미도 없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 3월 초쯤에 들은 얘기다.

검찰 지휘부가 ‘영장 청구 불가피’로 기운 것은 2월 중순 설 연휴를 전후한 시점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됐던 ‘다스 수사팀’이 뜻밖에 ‘미션 임파서블’을 완수해내면서다. 사실 검찰은 그 수사를 마지못해 시작했다.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특수부가 아니라 형사부에 배당해 놓고 법리 검토를 시킨다며 시간을 보내다 비판이 제기되자 언론의 접근성과 주목도가 한참 떨어지는 서울동부지검으로 전담 수사팀을 내려보냈다.

그런데 2007년 12월 이전에 끝난 줄 알았던 다스의 비자금 조성이 그 뒤로도 계속된 증거를 찾아내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공소시효를 살려낸 것이다. 수사팀은 2008년 비비케이(BBK) 특검 때 120억원을 횡령하고도 다스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던 경리직원 조아무개씨를 추궁해 엠비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해먹은 제일 큰 비자금 덩어리”(검찰 핵심 관계자)를 찾아냈다. 다스의 김성우 전 대표 등도 과거 특검에서 한 진술을 모두 뒤집었다. 공소시효가 살아나 ‘구속 가능성’이 생기자 말이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스의 실제 주인이 엠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엠비에게 다스 비자금 조성의 법적 책임, 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혐의를 물을 수 있게 됐다.

“동부 그 팀이 수사를 잘했다. 그쪽 수사가 성공하면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찾아낸 다른 퍼즐 조각들과 모자이크가 딱딱 맞춰졌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엠비가 다스 주인이기 때문에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도 ‘직접 뇌물’이 될 수 있다.” (검찰 핵심 관계자)

수사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100억대 뇌물에 300억대 횡령, 수십억 조세포탈 등 ‘역대급’ 혐의가 줄줄이 드러났다. “저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최고위 공직자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게 아닌가 싶어요.” (검사장 출신 변호사) 여기에 대통령 임기 5년은 물론 퇴임 후 지금껏 국민에게 거짓말을 늘어놓은 ‘위언(僞言)의 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그 시점에도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을 받아 챙긴 ‘국민 기만죄’까지를 더하면 ‘국민정서법’ 상으로는 구속되고도 남을 수준이다.

그러나 실정법을 따라야 하는 검찰이 영장 청구 방침을 굳힌 이유는 ‘사안의 중대성’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제70조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때” 검사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인용한 ‘제70조 제1항 각호의 1’은 원래 법원(재판부)의 피고인 소환과 구속을 다룬 조항인데, 피고인(피의자)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이렇게 세 가지 구속 사유를 열거한 뒤 “(법원은) 구속 사유를 심사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여야 한다”(제70조 2항·2007년 6월1일 신설)고 되어 있다. 앞서 엠비의 혐의를 두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했던 검찰 관계자의 말은 이를 염두에 둔 말로 읽힌다.

그래도 검찰이 긴급체포 등 ‘잡범’ 취급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엠비가 15일 집으로 돌아간 뒤 이르면 16일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엠비 쪽도 일찌감치 검찰의 영장 청구를 예감한 듯하다. 겉으로는 엠비정부 청와대 출신인 법조인들로 변호인단을 꾸릴 것처럼 말했지만, 물밑에선 영장심사와 재판까지를 맡을 중량급 변호사를 물색하고 다녔다. 엠비 쪽은 한 거대 로펌에 소속돼 있는 고법부장 출신 ㄴ변호사와 구체적인 ‘수임 조건’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갔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엔 없던 일이 됐다. ㄴ변호사는 그 로펌에서 유능한 변호사 몇 사람을 데리고 나와 엠비 사건 전담팀을 꾸리고,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수임하는 조건으로 거액을 요구했는데, 엠비 쪽이 “액수가 너무 크고, 현재 그만한 돈이 없다”며 난색을 보여 논의가 결렬됐다고 한다. 이 과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우선 급한 대로 강훈 변호사가 검찰 수사단계에서 총괄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법원으로 넘어갈 경우를 대비해 ‘고법부장급 변호사’를 계속 찾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3일 앞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민중당 한 당원이 이명박 구속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3일 앞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민중당 한 당원이 이명박 구속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엠비도 칼럼이란 걸 쓴 적이 있다. 그것도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를 다뤘다. ‘이명박 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2016년 9월 ‘김영란법 시행에 부쳐’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60%가 “한국 사회가 부패했다”고 답했다 한다. 2015년 대한민국 국가 청렴도 지수는 168개국 중 37위로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보다 한참 뒤진다. 국제사회 평가도 평가지만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을 부패한 나라로 인식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 새로운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기여에 희망을 갖고 있기에 우리 사회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고 믿는다. 당분간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지혜롭게 보완해 가면서 부패를 청산하고 청렴 문화의 기틀을 확립하는 계기로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엠비는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쓴 것일까.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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