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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순간] 갈 곳 잃은 ‘그들만의 우상’

등록 2017-11-17 10:52수정 2017-11-19 08:54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들머리에서는 동상 없는 동상 기증식이 열렸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들머리에서는 동상 없는 동상 기증식이 열렸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들머리에서는 동상 없는 동상 기증식이 열렸다.

애초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은 높이 4.2m 크기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박정희기념재단에 기증해 이를 상암동 도서관 한복판에 세우려 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서관 터를 서울시에서 무상으로 빌린 처지라 동상 건립에 대한 서울시 심의도 받아야 했다.

결국 이날 계획했던 동상 건립식은 열지 못하고, 한 자 남짓한 미니어처 동상과 동상 사진이 담긴 펼침막으로 대체해 기증식을 열었다. 경찰을 사이에 두고 갈린 두 무리는 “종북 빨갱이 물러가라”, “친일파의 동상은 절대 못 세운다”고 고함을 주고받았다.

그 사이 “서울시 어디를 돌아다녀도 세울 곳을 못 찾았다”는 한 노인의 긴 탄식이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졌다. 박 전 대통령이 스쳐간 곳에까지 기념비와 동상들을 세워 그와의 인연을 강조하려 아우성쳤던 불과 1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다.(2016년 10월21일치 이순간 ‘신이 된 박정희’ 참조)

“나는 관계자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한 참석자의 품에 안긴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은 여전히 침묵 속에 청명한 가을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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