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규모의 포항 지진 여파로 인해 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주일 연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수험생들은 인터넷 강의를 연장하거나 공연 티켓을 양도하는 등 각종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수능 연기를 이해한다. 어쩔 수 없다”면서도 계획했던 일정이 틀어지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사교육 현장이다. 이투스, 스카이에듀,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등은 포항 지진이 발생한 15일 저녁 수강생들의 인터넷 강의를 1주일 동안 무료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강의 강사들도 부랴부랴 수험생들에게 ‘1주일 전략’을 조언하고 나섰다.
이투스의
신승범 선생은 “(수험생 여러분들은) 그 긴장감을 1주일 연장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생활의 패턴, 생활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해나가는 것”이라며 “이 상황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져있다. 가장 좋은 건 틀렸던 문제를 한 번 더 푸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카이에듀의
전홍철 선생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의고사에서 틀렸던 문제를 복습할 것 △EBS 연계 주요 지문들을 유형 공부할 것 △고난이도 유형을 집중 공략할 것 등을 알리기도 했다.
수능 이후 전국 대입 설명회 등을 계획했던 입시업체들도 일정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오는 17일 약 1만명이 참석할 예정이던 서울 지역 대입 설명회 일정을 취소하고, 수능 이후 전국 설명회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기로 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오빠가 군인인데 휴가를 줄 수 없다고 다시 (군대로) 들어가게 생겼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현재 청와대 누리집에는 “군 복무를 하며 수능을 준비하는 군인들에게 추가로 휴가를 부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11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군 복무 응시생들의 사연이 전해지자 국방부는 16일 "오늘 시행할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목적으로 출타한 장병에 대해서는 예비소집일, 수능시험일, 출발·복귀일 등을 고려해 연가를 최대 4일의 공가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공가는 공무상 판단에 따라 군 당국이 주는 휴가로 연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번 수능 시험을 치르기 위해 연가를 낸 장병들은 연가 손실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성형수술이나 여행 등 수능 뒤로 예약했던 일정을 취소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수능 끝난 주 주말에 가족과 국외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계획이) 공중분해됐다. 자연재해라서 보상도 안 된다고 한다”, “다음주에 쌍커풀 수술을 예약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수능 때문에 생리 일정도 맞춰놨는데 피임약을 먹어야 하나 고민”이라는 사연도 올라왔다.
수능 준비를 마치고 교과서나 참고서 등을 버렸던 수험생들이 다시 쓰레기장을 뒤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15일 서울의 한 학원에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그동안 수험생들이 공부해왔던 참고서와 문제지들이 방안에 쌓여 있다. 교육부는 이날 포항 지진 여파로 수능시험을 1주일 연기를 결정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나 공연 티켓을 양도하기 위한 글도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능 연기로 엑소 콘서트 ‘엘리시온’의 티켓을 양도한다”, “수능이 미뤄져서 못가게 생겼다. 빅스LR 콘서트 티켓 양도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면서, 수험생들한테 대폭 할인을 약속했던 공연장들도 속속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대부분 기예매분에 한해 수수료 없이 환불해주고, 할인 시기를 23일 이후로 재조정했다.
세종문화회관은 <2017 번스타인 메모리얼 콘서트> <코시 판 투테> <귀향-끝나지 않을 노래> <2017 윈터 클래식> <한양 그리고 서울> <크리스마스의 노래-어 셀레브레이션 오브 크리스마스> <광화문연가> 등 오케스트라 연주회, 오페라, 국악 등 공연 7개를 40~85% 할인하기로 한 바 있다. 특히 수능 당일인 16일 열리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 탄생 100돌 기념 <2017 번스타인 메모리얼 콘서트>는 수험생 본인에겐 모든 좌석이 1만원(정가 2만원~7만원)으로 파격적인 할인가를 내놓았다. 세종문화회관 홍보팀은 “수능할인 예매를 일괄 전액 환불 조치한 후 개별적으로 연락해 안내할 예정이다”며 “그러나 16일 공연을 그대로 보고 싶은 수험생이 있으면 취소 뒤 현장에서 다시 수능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당일 공연은 취소가 불가능하고 취소일에 따라 수수료가 차등적으로 붙는데, 수능 연기에 따라 수험생 할인가로 구매한 이들에겐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해줄 방침이다. 세종문화회관은 21일~25일 열리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코시 판 투테>의 경우 21일에 한해 아르(R)석을 1인당 4매까지 50% 할인하기로 했었다. 세종문화회관은 21일 공연은 전액 환불해주고, 수능 할인 기간을 23일~25일로 확대변경했다.
예술의전당도 <토요콘서트> <토크&콘서트> <라보엠> <오네긴>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햄릿: 얼라이브> <무민원화전> <고생했어 쓰담쓰담> 등 오페라와 발레, 전시까지 8개 공연에 대해 30~50% 할인가를 적용키로 했었는데 모든 공연에 대해 할인 적용 기간을 23일 이후부터 각 공연 끝날 때까지로 변경했다. 단 발레 <오네긴>은 공연기간이 24~26일로 짧아 16일부터 수험생 할인 예매를 시작한다. 또한 공연 관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엔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일정대로 공연 관람을 볼 경우엔 예술의전당 티켓오피스에 와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23일 이후로 할인 적용기간을 늦췄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는 정상가를 내야 한다는 게 예술의전당의 설명이다. 가수 아이비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수능 당일인 16일부터 4일간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었는데, 할인 기간을 23~27일까지로 변경했다. 기예매분에 한해서는 수수료없이 취소해주고, 물론 티켓을 취소 변경하지 않고 그냥 일정대로 관람하겠다고 하면 수험표를 갖고 오면 할인가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교육부는 15일 저녁 긴급 브리핑을 열고 수능 등 전체 대입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수능시험은 오는 23일 치러질 예정이다. 수능 성적표가 늦춰지면서 논술시험, 원서접수 등 예정된 일정이 차례로 연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명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입학지원실장은 “수능 연기가 급박하게 결정된 일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앞으로의 일정은 없다. 교육부와 대교협의 담당자들이 17일 세종시에서 회의를 하기로 했다”며 “여러 의견을 종합해 전체 대입 일정을 조정할 것이며 무엇보다 학생 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황춘화 이재호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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