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혐의를 받는 이제영 부장검사(현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3~2014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때 수사·재판 방해 등을 기획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내 ‘간부·실무 티에프(TF)’가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의 핵심 증인이던 국정원 직원을 국외로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빼돌린 증인인 심리전단 직원 박아무개씨는 극우단체의 정부 옹호 신문광고 게재를 지휘하고,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공작 등을 논의했던 인물이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최근 국정원 심리전단 간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4년 당시 실무 티에프 팀장이던 이제영 부장검사가 원 전 원장 재판의 핵심 증인인 심리전단 직원 박씨의 러시아 출장을 기획해 실행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이 부장검사가 박씨의 출장명령서에 사인하라고 들고 왔다. 발령이 나서 강원도 지부에 있는 직원의 출장 사인을 왜 나한테 받으려 하느냐고 두 차례 고사했지만, 이 부장검사가 닦달해 사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씨는 2014년 4월부터 두 달가량 러시아 출장을 갔고, 그해 4월29일과 6월16일 열린 재판에 ‘직무상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팩스로 제출했다. 박씨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출장이었다. 본청에서 가라고 해서 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당시 원 전 원장 재판의 중요 증인이었다. 검찰이 확보한 박씨의 전자우편에는 ‘뉴라이트’ 등 보수우파 단체들에 보낸 보도자료와 성명서가 다수 들어 있었다. 이들 단체를 통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비판, 무상급식·무상의료 반대, 민주노동당 해산 등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신문광고와 보도자료 등을 내게 했고, 검찰은 이를 원 전 원장의 불법 선거·정치 개입을 뒷받침할 주요 증거로 봤다. 하지만 박씨는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대신 국정원은 검찰의 사실조회 회신에 ‘박씨가 사이버심리전을 맡은 바 없다’는 등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허위’ 내용을 담았다. 당시 파견검사들이 주도한 이런 대응은 국정원 티에프가 작성한 보고서에 등장하는 ‘증인신문 대비, 증거능력 부정에 역량 집중’ 등의 기조와 일치한다.
티에프 활동을 주도했던 현직 검사 3명 중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6일 오전 열린다. 장호중 당시 감찰실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5일 영장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심문포기서를 제출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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