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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원세훈 재판 핵심증인 ‘러시아 출장’ 빼돌린 검사 이제영

등록 2017-11-06 05:02수정 2017-11-06 07:25

2014년 4~6월 증인채택 박아무개씨 러시아 출장으로 재판 불참
국정원 심리전단 간부 “파견검사가 닦달해 출장명령서에 사인”
강원도 근무 중인 박씨 “꼭 필요한 출장 아니었다. 시켜서 간 것”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혐의를 받는 이제영 부장검사(현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혐의를 받는 이제영 부장검사(현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3~2014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때 수사·재판 방해 등을 기획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내 ‘간부·실무 티에프(TF)’가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의 핵심 증인이던 국정원 직원을 국외로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빼돌린 증인인 심리전단 직원 박아무개씨는 극우단체의 정부 옹호 신문광고 게재를 지휘하고,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공작 등을 논의했던 인물이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최근 국정원 심리전단 간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4년 당시 실무 티에프 팀장이던 이제영 부장검사가 원 전 원장 재판의 핵심 증인인 심리전단 직원 박씨의 러시아 출장을 기획해 실행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이 부장검사가 박씨의 출장명령서에 사인하라고 들고 왔다. 발령이 나서 강원도 지부에 있는 직원의 출장 사인을 왜 나한테 받으려 하느냐고 두 차례 고사했지만, 이 부장검사가 닦달해 사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씨는 2014년 4월부터 두 달가량 러시아 출장을 갔고, 그해 4월29일과 6월16일 열린 재판에 ‘직무상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팩스로 제출했다. 박씨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출장이었다. 본청에서 가라고 해서 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당시 원 전 원장 재판의 중요 증인이었다. 검찰이 확보한 박씨의 전자우편에는 ‘뉴라이트’ 등 보수우파 단체들에 보낸 보도자료와 성명서가 다수 들어 있었다. 이들 단체를 통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비판, 무상급식·무상의료 반대, 민주노동당 해산 등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신문광고와 보도자료 등을 내게 했고, 검찰은 이를 원 전 원장의 불법 선거·정치 개입을 뒷받침할 주요 증거로 봤다. 하지만 박씨는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대신 국정원은 검찰의 사실조회 회신에 ‘박씨가 사이버심리전을 맡은 바 없다’는 등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허위’ 내용을 담았다. 당시 파견검사들이 주도한 이런 대응은 국정원 티에프가 작성한 보고서에 등장하는 ‘증인신문 대비, 증거능력 부정에 역량 집중’ 등의 기조와 일치한다.

티에프 활동을 주도했던 현직 검사 3명 중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6일 오전 열린다. 장호중 당시 감찰실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5일 영장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심문포기서를 제출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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