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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누가 권력기관 ‘청산·개혁’을 발목 잡나

등록 2017-11-06 05:02수정 2017-11-06 19:04

국정원 파견검사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가짜 사무실’ 설치뿐 아니라 아예 증인까지 빼돌린 정황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에 앞서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국정원 소속 변호사가 숨지기 전 파견검사가 여러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정원의 정치공작 등 여러 불법행위를 밝히려는 쪽과 은폐·조작을 시도하는 반대편의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인 셈이다. 얼마 전부터는 검찰과 국정원의 적폐청산·개혁 작업에 대해 ‘정치보복’ 운운하며 발목을 잡는 수구보수 언론의 행태가 본격화하고 있다. 우려할 만하다.

<한겨레>에 따르면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공판이 진행 중일 때 국정원 파견검사 등이 핵심 증인이던 심리전단 직원 박아무개씨를 러시아로 출장 보내 증언을 방해했다고 한다. 박씨는 극우단체와 연락해 신문광고를 내게 하고 노벨평화상 취소 공작에 가담하는 등 국정원 선거·정치 개입의 중요 증인이었다. 두달이나 출장 가는 바람에 사실조회로 대체했고 재판부는 결국 거짓으로 가득 찬 확인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가짜 사무실로 검찰을 속이고 가짜 서류로 법원을 속인 셈이다.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또 은폐 조작을 주도한 국정원 파견검사들은 물론 수사를 방해한 검찰 고위층 역시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법망을 피했다.

장호중 전 국정원 감찰실장
장호중 전 국정원 감찰실장
이제 뒤늦게 국정원·검찰의 민주주의 파괴, 헌정 유린 행위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으나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공작 등 일부 사안에 대한 국정원·검찰 내부의 방해 조짐도 엿보인다. 특히 일부 수구보수 언론들의 태도는 적폐 옹호에 가깝다. ‘검찰 정치’ 운운하며 검찰 수사 자체를 폄하하는 것도 모자라 수사·재판 방해 행위를 ‘생계형 범죄’라 하는 황당한 논리까지 등장했다. 다시 ‘기레기’ 소리 듣지 않으려면 언론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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