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 한편 조명탑에 사람이 올라갔다. 택시운전사 김재주씨다. 그는 지난달 4일 새벽부터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시행을 촉구하며 두 번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가 출근해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면 회사는 약속한 급여를 노동자에게 주는 일, 너무나 당연한 그 일이 ‘택시’ 노동자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1997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은 폐지됐다. 하지만 굴레는 그대로다. 일 단위의 사납금에서 월 단위의 ‘기준금’으로 이름만 바꾼 채 살아남아 택시 노동자들의 목을 죄고 있다. “10월에는 열흘 가까이 연휴가 있어 당장 운송수입이 줄었다. 또 택시비는 명절에 지출이 컸던 시민들이 씀씀이를 줄일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항목이다. 그래도 회사에 반드시 입금해야 하는 기준금은 요지부동이다.” 하루 운행을 마치고 농성장에 달려온 김씨의 동료들은 걱정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길 바란다는 그 추석이 올핸 유난히 길었고, 김재주씨와 동료들은 그만큼 긴 시간을 조명탑과 길 위에서 보냈다. 전주시는 지난 11일 그나마 천막에 들어오던 전기도 끊었다. 이미 20년 전 만들어진 법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며 20미터 상공에 오른 저 김재주에게 법은, 그 법을 지키도록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지자체와 국가는 어떤 답을 할 것인가. 0.3평 남짓한 공간에 그가 매달린 지 벌써 39일이 지나가고 있다. 전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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