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미국의 한 사회관계망서비스 검색창에 ‘업스’를 입력했다. ‘업 스커트’의 줄임말로, 치마 속 몰래카메라(몰카)를 뜻하는 온라인 은어다. 미리보기 창에 지하철역 기둥이 보이는 동영상을 클릭하니 몇 초간 역사 기둥을 보여주던 화면이 순식간에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해 검은 계단을 비춘다. 앞선 여성의 구두 뒤꿈치를 바라보던 카메라는 그의 다리를 훑어 올라가 치마 속을 노린다. “업스 하기 좋은 카메라를 추천해달라”는 짧은 질문부터 유모차를 끌고 바쁘게 길을 가는 한 어머니의 엉덩이 클로즈업 사진까지 검색 결과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지하철역과 카페, 도서관과 거리 등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시설에서 촬영한 영상이 대부분이다. 몰카의 폭력적인 시선에 시민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촬영장비들도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압수된 불법 촬영장비들을 살펴보았다. 벽시계의 숫자 사이, 지갑의 지퍼 아래, 손전등의 램프 옆과 녹음기의 클립까지, 몰카 렌즈는 교묘하게 숨겨져 있어 알아보기 쉽지 않다. 이렇게 은밀하게 정체를 숨긴 몰카는 총기류만큼 위험하게 쓰일 수 있으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경찰이 이 장비들을 압수할 수 있는 근거도 일상용품 모양을 본뜬 ‘변형 카메라’여서가 아니라, 전파 인증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서다. 즉, 몇 가지 제품 규격에 맞추어 인증을 받으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것이다.
몰카 콘텐츠들에는 분명 사람이 찍혀 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보이지 않고 그저 ‘잘생긴’ 신체만 남는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인격이나 감정이 없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성적 대상화가 넘친다. 이런 일탈들은 호기심이나 짓궂은 장난으로 포장되곤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국무조정실은 26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 대책’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중요 신체 부위를 찍어 영상을 유포하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고, 수위가 높은 범죄는 벌금형이 아닌 ‘무조건 징역형’을 받도록 하고 있다. 변형 카메라 판매 규제 방안도 포함됐다.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이 움직이고 있다. 과거의 변명으로 일관하려다가는 큰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지하철과 도서관, 공중화장실 등 일상 몰카에 흔히 등장하는 배경 장소에 마네킹을 세워 몰카의 성적 대상화를 재현했다. 또 몰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몰카의 ‘눈’(렌즈)을 찾을 수 있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잠시 멈추어 살펴보시기를. 나도 모르는 사이 피해자나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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