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현충원 고 김영삼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5일 이명박 정부 시기 국가정보원이 문화·예술계 인사에 이어 정치인·교수를 상대로 ‘비판 세력 제압 활동’에 나섰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검찰의 국정원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 칼날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넘어 당시 청와대 핵심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는 적폐청산 티에프(TF)로부터 원 전 원장 재임 시기 ‘정치인·교수 등 엠비(MB)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원 전 원장 등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위반과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라고 국정원에 권고했다.
티에프 조사 결과에 비춰, 검찰 수사는 당시 국정원이 ‘좌파 제압’ 활동 범위를 정계와 학계까지 넓히는 과정에서 원 전 원장과 함께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개입했는지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티에프는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2009년 지방선거 출마예상자 명단 작성을 지시하거나, 민정수석실이 정치인 신상 자료와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 선거의 지역별 특이 동향을 국정원에 요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2012년 홍보수석실이 정치권의 국가기밀 유출 사례를 국정원에 요청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 정동기·권재진 민정수석비서관,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 등이 수사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 전 원장 등의 혐의 가운데 하나로 업무상 배임·횡령을 제시한 대목도 주목된다. 티에프는 당시 국정원이 국정 지지여론 조성을 위해 보수 인터넷매체 <미디어워치>의 창간 재원 마련과 정기구독·광고 지원 등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국정원 등에 지시를 했거나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날 경우,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수사 대상이 넓혀지면서,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공안 3부에 해당)로 구성된 수사팀도 확대될 전망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3일 “현안이 적은 부서가 국정원 전담수사팀을 지원하고, 필요하면 추가 지원을 받겠다”고 한 바 있다. 이날 검찰 관계자도 “외사부 인력 일부로 수사팀을 확충한 상태다. 추가 확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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