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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국정원, 여론조작 ‘유령팀’으로 혈세 빼돌린 의혹

등록 2017-09-25 22:12수정 2017-09-25 22:15

직원들 실적 부풀리고 활동비 받아
심리전단 간부 계좌에 수억대 입금
국정원도 검찰 수사 전엔 파악못해
이명박 정부 때 여론조작에 나섰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팀’을 대거 만들어 실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혈세를 빼돌린 혐의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국정원도 이번 검찰 수사 전까지는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해 그동안 국가정보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6일 오전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국정원 심리전단 중간간부로 활동했던 황아무개씨와 장아무개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외곽팀’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불법 정치·선거 개입을 한 혐의 외에 실적을 부풀리려고 다수의 ‘유령팀’을 만든 혐의(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및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계좌에 거액의 현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처 등을 추궁하고 있다. 황씨는 2009~2012년 심리전 활동을 목적으로 ‘양지회’와 ‘늘푸른희망연대’ 등 규모가 큰 단체를 관리하면서 여론조작을 지휘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령팀’을 직접 만들고, 다른 팀원들의 허위보고까지 묵인하며 종합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황씨의 계좌에 수억원대의 현금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사이버외곽팀’ 활동 내역을 허위로 보고하고 영수증만 제출해도 별다른 확인 없이 현금을 지급받는 시스템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은 황씨가 유령팀을 만든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씨는 검찰 조사에서 유령팀을 만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을 가로챈 사실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장아무개 과장은 국정원 직원 중 가장 많은 ‘유령팀’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가 관리했던 민간인 팀장들은 검찰 조사에서 ‘장씨가 영수증 금액을 부풀려 달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가 관리했던 팀장 중에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송아무개씨도 포함돼 있는데, 송씨는 ‘피라미드 조직’처럼 수백명을 팀원으로 관리했던 인물이다. 장씨는 또 2013년 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나와 송씨와의 관계가 드러나자 “봉사동호회 활동을 위해 트위터 계정을 주고받았다”며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이들이 관리했던 민간인 팀장들에 대해선 “공무원 범죄를 내용으로 하는 본건 범죄 혐의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 등을 지적하며 가담 정도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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