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은 특수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홍보물 1만여장을 제작해 지역에 배포했다. 강원도교육청 제공
강원도 동해시에 사는 ㄱ씨는 매일 새벽 5시께 눈을 뜬다.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아이가 다니는 특수학교 통학 준비 때문이다. 동해시 인근에는 아직 특수학교가 없어 강릉시에 있는 특수학교까지 가야 하는데, 집에서 통학버스 정류장이 있는 시내까지 30분이 걸린다. 통학버스를 타고서도 1시간30분쯤 더 가야 학교다. 하루 평균 3~4시간가량을 통학버스 안에서 보내는 셈이다.
강원도교육청은 2013년 5월 동해시 부곡동 옛 남호초등학교 자리에 ‘동해특수학교’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9년 3월1일 개교가 목표였다. 동해시와 인근 삼척시에 특수학교가 없어 두 도시에서 강릉 오성학교와 태백 미래학교로 원거리 통학하는 학생들의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동해·삼척시 특수교육 대상자는 각각 194명, 100명 등 총 294명이다. 이 중 매일 평균 2~4시간이 걸려 강릉시와 태백시로 통학하는 학생들은 동해·삼척시에 각각 41명, 22명이다. 나머지 학생들은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거나, 이마저도 안 돼 교육을 포기한 것으로 강원도교육청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주민설명회를 5차례 열었다. 지난 5월11일 열린 다섯번째 설명회는 반대 주민들의 방해로 무산됐다. 설명 자료를 띄운 스크린으로 달걀이 날아들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연단에 올라서지도 못했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한 주민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구밀집 지역에 학교를 꼭 지어야만 하느냐. 시 외곽에 있는 폐교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교육청 설명회는 설명회가 아니라 통보였다”고 비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지역주민들과 원주·강릉 특수학교를 같이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홍보물 1만여장을 제작해 지역에 배포하기도 했다”며 “학교 시설을 주민편의시설로 무료 개방하는 것도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강원도 동해시 외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020년까지 개교를 목표로 설립 추진 중인 특수학교는 전국 모두 19곳이다. 이 중 경기도교육청이 용인 수지구에 추진 중이던 학교는 주민 반대로 처인구로 부지를 옮겼다. 대전시교육청이 추진하던 특수학교도 주민 간 찬반 논쟁을 겪다 개교 일정을 애초 목표보다 1년 늦췄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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