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강원도 동해시처럼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갈등을 빚는 지역도 있지만, 주민과 큰 갈등 없이 설립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설립 당시엔 주민 반발이 컸지만 이후 지역 주민과 화합하며 지역사회 중심으로 거듭난 특수학교도 있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 ‘꿈이룸학교’는 지역 주민과 큰 마찰 없이 2019년 개교를 목표로 건설 중이다. 충남교육청은 2015년 옛 병천 학생야영장을 활용해 특수학교 설립 추진에 나섰다. 일부 주민들이 반대 움직임을 보이자 도교육청 관계자와 도의원들이 병천면 일대 주민들을 만나 수차례 설득 작업을 벌였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긴 했지만 특수학교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자 이해했다. ‘학교 시설 일부를 주민들이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장애 학교가 나쁜 것도 아니고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 구심점 노릇을 해내는 특수학교도 많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밀알학교는 주민에게 체육관과 세미나실 등을 개방하고 있고, 대전 혜광학교는 교내 카페를 지어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부산에 있는 한솔학교와 해마루학교는 각각 도서관 개방, 주민 대상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주민과 거리를 좁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지체장애 특수학교인 한국우진학교를 찾아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특수학교의 성공적 모델로 이 학교를 꼽고 “장애학생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려면 특수학교 설립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향후 5년간 특수학교 18곳을 신설해 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와 지역 주민 간 교류가 잦아지면서 주민들이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과 관련해 강병원·금태섭·한정애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68명은 성명을 내어 “‘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무릎이라도 꿇겠다’는 애절한 목소리에 (…)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반성한다”며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결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강서 지역 특수학교가 모두의 박수 속에 설립되어, 우리나라가 편견이 없고 배려가 넘치는 사회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수진 김미향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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