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경남 거제시 장목면 흥남해수욕장에 목줄이나 식별표가 보이지 않는 개가 서성이고 있다.
입추가 지나 더위와 함께 피서객도 빠져나간 17일 새벽 경남 거제시 장목면 흥남해수욕장 인근에 목줄이나 식별표가 보이지 않는 개들이 여러 마리 서성이고 있다. “휴가철이 끝나면 마을에 못 보던 개들이 돌아다닌다”고 했던 서목마을 신동수(65) 이장은 “저 녀석도 처음 본다”며 손을 들어 한 마리를 가리켰다. 한껏 사람들을 경계하다가도 먹이를 찾기 위해 피서객들의 텐트 주변에 다가가는 뒷모습에서 깊은 불안이 묻어난다.
17일 새벽 경남 거제시 장목면 흥남해수욕장 인근에 목줄이나 식별표가 보이지 않는 개가 서성이고 있다.
거제시는 버려진 동물들을 안락사시키지 않는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들이 여름철에 휴가 겸 이곳을 찾아 자신의 애완동물을 ‘원정 유기’ 하기도 한다. 급기야 거제시는 2015년 ‘거제시 유기동물 보호소’를 증축했지만, 그럼에도 밀려드는 유기동물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부터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
17일 새벽 경남 거제시 장목면 흥남해수욕장 인근에 유기견이 염소와 함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된 2014년 이후로도 유기동물이 해마다 늘어났다(2014년 8만1200마리, 2015년 8만2100마리, 2016년 8만9732마리). 애완동물은 저들의 본성에 따라 자연에서 나고 자란 야생동물이 아니다. 사람이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동물”(표준국어대사전)이다. 이미 제 주인에게 길든 저 생명은 안락사가 아니어도 주인에게 버림받는 것 자체가 사망선고 아닐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기견 ‘토리’를 입양하면서 사회적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졌다. 2017년의 유기동물 통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거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