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인 17일 시민들이 문 대통령의 제19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를 사기위해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기념우표를 사려는 시민들이 17일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서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일부는 모든 우체국에서 기념우표를 판매하는 것으로 착각해 동네 우체국을 찾았다가 낭패를 본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사업본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째를 맞아 이날부터 ‘제19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판매에 들어갔다. 기념우표(500만장)와 소형시트(50만장), 기념우표첩(2만부)으로 구성됐는데 우표는 330원, 소형시트는 420원, 기념우표첩은 2만3000원이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기념우표첩이다. 우표전지 1장, 소형시트 1장, 초일봉투 1개로 구성된 ‘세트 상품’으로, 문 대통령의 어린시절부터 참여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했던 시기, 취임식날 모습까지 모아놓은 ‘나만의 우표’가 핵심이다.
이날 오전 전국 220여개 총괄 우체국에는 기념우표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온라인으로 기념우표를 판매하는 인터넷우체국 누리집은 주문자들이 많아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체국마다 판매 수량이 달라서 우체국에 구매 관련 사전 문의도 쇄도했다. 김선강 우정사업본부 사무관은 “서울 광화문 우체국과 중앙 우체국에 500여명의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렸다”며 “온라인 판매를 위한 우체국 누리집 우표 판매 사이트도 접속량이 폭주해 제대로 접속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문 대통령 기념우표 구입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천안에 산다는 한 누리꾼은 “어제 철야 근무를 하고 동천안우체국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살 수 있을 지 걱정된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새벽에 온다고 일찍 왔는데 벌써 줄이 길다ㅠㅠ”(goo*****), “노숙할 걸…이 줄 실화냐”(ghs*****)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 기념우표 열풍은 온라인 사전 판매때부터 예견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9일부터 온라인 사전판매를 시작했지만 신청 건수가 급증해 당일 저녁 곧바로 중단했다. 김 사무관은 “오프라인 판매 수량 배분을 위해 어쩔수 없이 온라인 판매를 접었다”고 말했다. 이번 문재인 우표 열풍에 애초 발행물량이 적었던 기념우표첩은 당초 2만부에 더해 1만2천부를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추가 물량은 이달 말 생산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처럼 인기를 끌다보니 발행 하루도 안돼 되팔기가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벌써 ‘문재인 우표를 판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2만3천원짜리 기념우표첩이 6~1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17일 발행한 ‘제19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우정사업본부 제공
문 대통령 기념우표가 인기를 끄는데는 ‘이니굿즈’ 열풍이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니굿즈는 문 대통령의 애칭 ‘이니’와 상품을 뜻하는 굿즈(Goods)의 합성어로 문 대통령과 관련된 상품을 가리킨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그를 표지 사진으로 사용한 <타임지> 아시아판은 국내에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등산길에 입었던 블랙야크 바람막이 재킷은 ‘문재인 등산복’으로 유명세를 탔다. 또한 소기업 두레샘에서 독도주권 선포의날을 기념해 만든 강치넥타이도 문 대통령이 야당 원내대표 회동때 매고 나온 뒤 매진됐다. 이 외에도 청와대가 선보인 문 대통령 기념시계와 다기세트도 ‘이니 시계’와 ‘이니 찻잔’으로 불리며 지지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문 대통령이 독일 교민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텀블러는 ‘이니 텀블러’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팬심’에 더해 출범 100일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70%가 넘는 국정 수행 지지도에 힘입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충신 유덕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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