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선을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지만 발명했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증기기관이 주목받던 시절, 증기선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았다. 실용화가 어려웠을 뿐이다. 풀턴도 어린 시절부터 증기선을 꿈꿨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아무려나 상관없었다. 본업은 따로 있었으니까. 그림을 잘 파는 화가였다. 미국에서 돈을 벌고 유럽까지 진출.
1800년 전후로 가장 몰두한 사업은 미술도 증기선도 아닌 잠수함. 바야흐로 나폴레옹의 시대였다. 해전을 앞둔 프랑스와 영국. 풀턴은 자기가 설계한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프랑스에 팔려 했지만 나폴레옹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좌절하는 대신 이번에는 영국과 접촉했는데, 그러는 사이 1805년에 트라팔가르 해전이 일어나 영국 해군이 프랑스를 크게 물리쳤다. 더 이상 해전은 없었다. 잠수함을 팔 곳도 없었다.
1806년, 미국에 돌아와 새 사업을 시작. 1807년 8월17일, 그가 만든 클러몬트호가 승객을 싣고 강을 건넜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증기선. “강물을 거슬러 오른다”는 입소문을 타고 사업은 번창했다. 발명가(이자 화가이자 무기상이자 사업가)로 산 풀턴. 1815년 겨울, 차가운 강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숨을 거둔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