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 하멜 (1630~1692)
1653년 8월16일 제주도에 떠밀려 오다
헨드릭 하멜이 제주도에 표착한 날이 1653년 8월16일. 고향 네덜란드에 곧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일이 꼬였다. 조선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 정세 때문. 한편으로 청나라의 눈치를 살피며 다른 한편 청나라 침공(북벌)을 준비하던 참. 하멜 일행은 한양으로 강진으로 끌려다니며 처분만 기다렸지만, 조선 정부는 이들을 내보내주지 않았다. 답답한 노릇이었다.(하멜의 기록을 보면 수백년 뒤 카프카의 소설을 읽는 느낌.)
하멜이 본 조선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조선의 관료주의에는 넌더리를 냈다. 민족성에 대해서도 박한 평가. 반면 가까워진 사람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 목사 이원진은 “교양있고… 기독교인이 무색할 정도로 친절”하다고 평가. 요즘 식으로 ‘한국 사회는 답답한데 개개인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고 읽는다면, 지나치게 성근 요약일까.
1666년 9월, 13년 만에 조선을 탈출. 돌아가 <하멜표류기>를 남긴다. 밀린 임금을 떼이지 않기 위해 회사에 제출한 보고서였다나. 책도 사람도 네덜란드에서는 한동안 잊혔다가 요즘 다시 기억된단다. 2002년 월드컵 때 네덜란드 사람 거스 히딩크가 한국 대표팀을 맡자 덩달아 주목받았다고. 기이한 인연이다.
김태권 만화가
네덜란드 호린험에 있는 하멜 동상. 위키피디아
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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