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맨 오른쪽)이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녹취록 어떻게 공개됐나
원세훈 주재 전부서장회의 녹취록
선거개입 수사때 기록 지운채 제출
환송심 결심 연기 안됐으면 묻힐뻔
원세훈 주재 전부서장회의 녹취록
선거개입 수사때 기록 지운채 제출
환송심 결심 연기 안됐으면 묻힐뻔
검찰이 2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 제출한 녹취록은 몇 가지 우연과 필연이 겹치며 결국 국민들 앞에 낱낱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원세훈 국정원장 주재로 열린 전부서장회의의 발언이 기록된 이 녹취록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하는 국가정보기관이, 그 본분을 망각하고 어떤 식으로 민주주의를 짓밟았는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엄정 중립’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가 국가정보기관을 어떤 식으로 사유화했는지 또한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 녹취록은 한 차례 세상에 나올 기회가 있었다. 2013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과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이 이끌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때 검찰은 원 전 원장 주재 전부서장회의 녹취록을 국정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은 보안상 이유로 일부분을 삭제해 검찰에 제출했다. 현 정부 들어 꾸려진 국정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팀에서 과거 삭제됐던 부분을 복구해 검찰에 넘기면서 비로소 당시 무슨 일이 논의됐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기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이 마무리됐다면 녹취록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을 수 있었던 셈이다.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애초 지난 10일 결심을 하며 재판을 끝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심 예정 당일 <세계일보>가 국정원이 작성한 ‘에스엔에스(SNS) 국정원 장악문건’을 보도했고, 검찰이 이 문건의 검토 시간을 요청해 결심이 미뤄졌다. 그 사이 국정원 티에프가 녹취록을 복구해 검찰에 전달한 것이다.
재판부도 이날 공개된 내용에 상당히 의미를 부여하는 기류여서, 녹취록 자체가 원 전 원장에 대한 최종 선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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