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 싶으면 비행을 중단하라.” 달을 향해 출발하던 날 아침의 대화. 으레 하는 소리 같았는데, 다음 말은 놀라웠다. “중단해도 다음 착륙비행 때 당신들을 태울 것이다.” 이 말에 마음이 놓였다고 버즈 올드린은 회상한다. 이것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성공한 비결이었을까.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올드린. 한국전쟁 때는 전투기를 몰았다. 미그15기 두 대를 격추했다나. 나중에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우주비행사로 뽑혔다. 1969년 7월20일, 아폴로11호를 타고 달에 도착. 7월21일, 올드린은 두번째로 달 표면을 밟았다. 닐 암스트롱이 첫번째.
나는 오래된 광고 하나를 생각한다. “세계 일류!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달에 먼저 발을 디딘 암스트롱은 유명하지만 올드린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삼성의 황당한 광고. 몰라서 하는 소리다. 광고에 나온 사진 속 우주비행사부터가 암스트롱이 아니라 올드린. 달 착륙 사진 대부분은 올드린이 주인공이다. 그날 카메라를 암스트롱이 들었기 때문(‘셀카’를 찍던 시절이 아니었다). 암스트롱은 말년에 은둔하며 세상이 자신을 잊어주기를 바랐다. 올드린은 사업가로 작가로 활약, 지금껏 유명세를 즐긴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