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서 청계천변 노동자, 파독광부·간호사 등 언급
평화시장 노동자들 “같은 노동자여도 우리는 사람다운 대접 없었는데…”
파독광부·간호원 출신들도 “조국에 잊혔던 우리 인정해주니 더욱 감사”
평화시장 노동자들 “같은 노동자여도 우리는 사람다운 대접 없었는데…”
파독광부·간호원 출신들도 “조국에 잊혔던 우리 인정해주니 더욱 감사”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파독광부와 파독간호사, 청계천변 ‘여공’ 등 근대화를 이끈 이들을 애국자로 호명하자 노동자들은 “진정한 새 역사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파독간호사들은 “조국이 우리를 잊지 않고 제대로 대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태숙(58)씨는 1975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중구 평화시장에서 미싱 시다 일을 시작했다. 40년 넘게 숙녀복을 만들고 있다. 이날 별 기대없이 인터넷으로 문 대통령의 추념사를 듣던 그는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 천장이 낮아 허리조차 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도 감사드립니다”라는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박씨는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말한 부분이 다 내 얘기다. 그땐 다락방에서 허리도 못 펴고 일을 했고, 2~3시간 잠을 자면서 철야로 일했다. 공식적으로 애국자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몇 시간 지난 뒤였는데도 수화기 너머 박씨의 목소리에는 감격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평화시장에서 40여년 동안 아동복을 만들었던 이숙희(65)씨도 문 대통령의 입에서 ‘청계천변 여성 노동자들’이 호명되는 순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도 청계천 노동자들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면서 “같은 노동자여도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한 번도 사람답게 대접받지 못했다. 대통령이 직접 말해주니까, 진정한 새 역사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친구인 이승철(68) 평화지퍼 대표는 문 대통령의 추념사가 한국의 산업화 과정을 올바르게 평가했다고 호평했다. 이 대표는 “청계천 노동자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데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헌신적 노력이 있었는데, 마치 박정희 전 대통령 혼자 다 경제성장을 이룬 것처럼 왜곡해서 늘 불편했다”며 “‘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을 언급하는 문 대통령님의 추념사를 듣고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파독 간호사들도 감격스러워했다. 1960·70년대 독일에 갔던 광부·간호사 등이 귀국해 사는 경남 남해 ‘독일마을’에서 만난 석숙자(69)씨는 “문재인 대통령님의 말씀이 우리에겐 너무 감동적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강원도가 고향인 석씨는 1973년 3월 독일로 건너간 뒤 30여년 동안 간호사로 일했다. 석씨는 “독일 병원 일은 험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일하지 않는 시간엔 항상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했다. 함께 건너간 친구들과 <아리랑>을 부르며 향수를 달랬다”며 “우리 덕분에 독일이 한국에 경제적 지원을 해줬다는 소식에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국에서 우리는 잊힌 사람이었다. 서운했다. 그래서 오늘 문 대통령의 말이 더욱 감사하다”고 말했다. 파독광부 출신인 신병윤(70)씨도 “1971년부터 20여년 동안 독일 루르 지역에서 광부로 일했다. 향수병에 시달리며 힘든 독일 생활을 어렵게 버텼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우리를 인정하고 위로해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남해/김영동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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