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예고하는 인사 태풍이 검찰을 휘몰아친 데 이어 대법원도 술렁이고 있다. 법원 개혁을 주장했던 판사 모임 간사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기용은 법원도 개혁의 예외일 수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김이수 재판관의 헌재소장 지명에 이어, 대법원장을 비롯한 최고법원의 구성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관심은 22일 천거를 마감한 대법관 후보로 누가 제청되느냐이다. 이상훈 전 대법관과 박병대 대법관 후임을 뽑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6월 중순께 5~6명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하고, 대법원장은 이 중 2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법원 안팎에선 법원과 검찰을 거치지 않은 변호사 출신이 제청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한 법원 인사는 “대법원도 재야 출신의 대법관 기용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고위법관 출신 50대 중후반 남성 일색인 대법원 구성을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며 “순수 재야 출신을 우선 추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변협은 변호사 8명을 공개 천거했다. 이 중 윤재윤(64·사법연수원 11기) 조재연(61·12기) 황정근(56·15기) 김영혜(58·17기)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고, 김형태(60·13기) 강재현(57·16기) 김선수(56·17기) 한이봉(53·18기)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을 거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김선수 변호사만 공개 천거했다. 참여연대는 “오랜 세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헌신한 김 변호사가 고위법관 출신 일색의 대법관 구성에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직 고위법관들과 여성 법조인들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법원행정처 출신 기용에는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법원 내에서도 거부 기류가 작지 않다.
9월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첫 여성 대법원장 임명을 점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다른 개혁성향 전직 대법관의 기용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전수안(65·8기)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 등이 골고루 거명된다. 한 변호사는 “재야의 원로 법조인 중에서도 충분히 대법원을 이끌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며 “법원 개혁을 위해서도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고법원 인적구성의 근본적 변화도 이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중 대법관 14명 중 13명, 헌재 재판관 9명 중 8명을 임명하게 된다. 획일적 구성 탓에 보수적 판결과 결정을 천편일률적으로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법원과 헌재의 인적구성을 다양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인적구성의 다양성이 크게 후퇴하면서 보수화와 관료화가 심화했다”며 “다양화를 위해선 재야 변호사는 물론 더 넓게는 법 연구자들까지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법부의 기존 틀을 바꾸게될 법원내 개혁논의도 본격화한다. 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요구해온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르면 6월 초 구성돼 첫 회의를 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의 분산,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독점 행사 혁파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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