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낮 서울 서초구 디타워 특검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돈봉투 만찬’ 여파로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사장 승진을 앞두고 있는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가 19일 전격 임명됨에 따라 검찰은 ‘인사 태풍’에 휩싸이게 됐다. 검찰 안팎에선 “쓰나미 수준의 인사 파도가 밀려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자체가 강력한 ‘기수·인사관행 파괴’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다, 올해 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검찰 고위직 인사가 한 차례 늦춰진 터라 인사 폭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윤 검사의 전임자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연수원 18기라는 점이다. 두 사람은 무려 다섯 기수나 차이가 난다. 물론 청와대가 서울중앙지검장의 격을 낮춰 노무현 정부 이래 고검장급으로 임명해오던 관행을 이번에 깼다고 설명했지만, 전국 최대 지검 검사장의 기수는 다음 인사의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고검장에 포진해 있는 연수원 17·18기부터 윤 검사의 선배 기수인 22기까지가 주말 동안 거취를 깊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어림잡아도 40명이 넘는다.
과거 검찰국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검사장급에서 다섯, 여섯 기수가 전부 인사 대상이라는 건 혁명일 때나 가능한 수준”이라며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이 아니라고 했으니 충격은 다소 완화가 되겠지만, 과거 같으면 윤 서울중앙지검장 동기인 23기 위로는 다 나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는 유신정권 말기와 문민정부 출범 직후 등 정치적 격변기마다 거센 인사 태풍이 불어닥쳤다. 인사 수위의 최대 변수는 차기 검찰총장 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장이 연수원 17~18기 선에서 임명된다면 고검장을 비롯한 주요 자리에는 연수원 22기까지가 배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처럼 총장 인선까지 파격이 더해진다면 선택받지 못한 검사장급 간부들이 대거 검찰을 떠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이날 고검장급인 이창재 법무부 차관과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가 나란히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이미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고검장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남아 있을지, 그 전에 나갈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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