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가장 먼저 나서야 할 과제로 ‘검찰개혁’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도 출범 직후부터 검찰개혁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여론의 지지도 큰 것으로 거듭 확인되면서 정치적 중립 강화와 권한 분산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맡겨 지난 12~13일 진행한 ‘새 정부 추진과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추진하여야 할 개혁과제는 무엇인가’를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31%가 검찰개혁이라고 답했다. 주요 개혁과제 가운데 전통적으로 요구가 높았던 ‘정치제도개혁’이 2순위(21.3%)인 점을 고려하면, 그 어느 때보다 검찰개혁 요구가 거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령과 지역별로도 고른 분포를 보였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 검찰개혁을 1순위로 꼽았고, 특히 40대 남성(42.4%)의 요구가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검찰개혁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했고, 이중 광주·전라 지역(37.8%)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시민들이 개혁 1순위 대상으로 검찰을 지목한 이유는 지난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의 행태에 큰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권의 힘이 막강할 때는 ‘정윤회 문건 사건’처럼 은폐에 급급하다가 힘이 빠졌을 때야 제 실력을 발휘하는 이중적 태도를 국민들이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권의 부침과 관계없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처럼 제 식구에 연루된 사건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권한을 검찰 스스로를 위해 사용한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자리 잡은 것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검찰은 정윤회 문건 수사 때 국정농단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다.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에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막강한 권한을 분산·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헌법과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다음으로는 정치제도개혁(21.3%)과 재벌개혁(12.7%), 언론개혁(11.8%)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런 우선순위의 분포는 이념성향과 대선 투표층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났다. 자신이 진보성향이라고 답변한 이들은 검찰개혁(43%), 재벌개혁(15.6%), 정치제도개혁(15.2%) 순으로 선택했지만, 보수층이라고 답변한 이들은 정치제도개혁(27.6%), 언론개혁(19.2%), 검찰개혁(13.3%) 순으로 답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응답자는 검찰개혁(41.1%)을 가장 많이 선택했고, 재벌개혁(14.6%)과 정치제도개혁(14.4%)은 비슷한 수준으로 꼽았다. 반면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던 이들은 정치제도개혁(30.4%)을 가장 많이 꼽았고, 언론개혁(27%), 교육개혁(11.4%), 검찰개혁(8.8%) 순으로 응답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조사 개요>
조사 기관: 한국리서치
일시: 2017년 5월12~13일
대상: 전국 만 19살 이상 남녀 1000명(유선 182명, 무선 818명)
조사 방법: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20.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가중치 부여 방식: 2017년 5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 가중치 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