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클리볼드(1949~ )
1999년 4월20일, 미국 콜럼바인고 총기난사 ‘가해자’ 딜런의 어머니
쉰 살이 된 수 클리볼드는 행복했다. 장애학생을 돕는 새 일은 보람찼다. 방황하던 큰아들은 마음을 잡은 듯했고 늘 착실한 작은아들은 대학에 합격했다. 1999년 3월, 삶이 이렇게 만족스럽기는 처음이라고, 유일한 걱정은 키우는 고양이가 늙어가는 것뿐이라고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4월20일, 작은아들이 다니는 콜럼바인고등학교에 나쁜 일이 일어났다. 두 괴한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몇 시간 후 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십 명을 쏘고 자살한 괴한이 바로 작은아들 딜런이었다.
속 썩이는 일 없는 착한 아들이었다. 사랑을 듬뿍 쏟아 친절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키웠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엄마는 아들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십여 년 동안 노력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도 썼다. 그러나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현실이었다.
사건 직후, 가게에 들어가 수표를 내자 계산원이 말했다. “신분증은 안 보여 주셔도 됩니다.” 딴에는 배려하는 행동이었다. “하기야.” 엄마는 말했다. “누가 나를 사칭하겠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계산원이 정말로 슬퍼하더라며, 그 작은 공감조차 그때는 고마웠다고 엄마는 기억한다.
김태권 만화가, 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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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오금택
수 클리볼드.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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