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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는 역사다] 삶도 연극처럼 몰락한 유미주의 작가

등록 2017-04-05 19:09수정 2017-04-05 22:13

오스카 와일드(1854~1900)
1895년 4월6일, 동성애 혐의로 체포

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인생은 예술을 모방”하지. 예술이 인생을 본뜨는 게 아니고 말이야. 이렇게 재치 있는 말을 잘해서, 예술을 우선하는 유미주의자라서, 옷을 별나게 입는 멋쟁이라서, 나 오스카 와일드는 유명해졌어. 그런 다음에 작가로 성공했고. (어때, 순서도 범상치 않지?) <살로메>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같은 긴 작품은 몰라도, 동화 <행복한 왕자>는 다들 읽어봤겠지.

극작으로 성공하더니 연극처럼 몰락하더군. 내 남자친구의 아빠가 나를 쪽지로 비난했지. 철자는 틀렸지만 “남색가”라는 뜻이었어. 내가 양성애자인 사실을 다들 아는 마당에 이게 무슨 짓이람. 괘씸하더라고. 나는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었어. 그런데 재판에서 그가 이기더니, 며칠 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률에 따라 내가 체포됐지. 1895년 4월6일이었어. 경제적으로도 파산했지. 출소한 다음에는 글이 안 써지더라.

이해 못 하겠다는 사람이 많더군. 가만 놔두면 될 일을 왜 굳이 소송을 걸었냐는 거지. 체포까지 며칠 뜸을 들인 것은 나를 파리로 달아나게 하려는 당국의 ‘배려’였다고도 하고. 하지만 나를 너무 탓하지 마. 잘못을 저지른 쪽은 내가 아니라 동성애를 범죄로 몰아 잡아넣는 사회일 테니까.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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