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데나필, 실험실에서 태어난 신물질이야. 동맥을 확장시켜 피를 많이 흐르게 만드는 효능이 있단다. 제약회사 화이자에서는 나를 이용해 심장 약을 만들려고 했는데, 임상실험 중에 엉뚱한 부작용을 발견했지 뭐람. 어떤 효과인지는 굳이 밝히지 않을래. 내 상품명이 ‘비아그라’라는 사실을 밝히며 갈음하겠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날이 1998년 3월27일이란다.
역대 가장 무서운 속도로 팔린 약이라더군. 처방을 받아야 사는 약인데도 말이야. 내 덕분에 멸종위기 동물이 살아난다는 연구도 있더라. 바다표범이나 순록을 몰래 잡아먹던 아저씨들이 이제는 약을 처방받는다지. 얼마 전 청와대에서 고산병 치료제 명목으로 사들였다며 세계적인 뉴스가 된 일도 있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많고, 걸근대는 아저씨 농담 같아 불편한 이야기도 많고.
내 아버지는 사이먼 캠벨 박사. 수십 년 동안 신물질 개발에 헌신한 영국의 화학자. 업적이 많지만 유독 나를 합성했다고 유명하지. 2014년에 기사 작위를 받았는데 영국언론에 죄다 ‘비아그라를 만든 사람’이라고 소개되더라고. 조금 불편한 눈치시던데, 뭐 어쩌겠어, 내가 너무 유명한 탓이지.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