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3월17일 밤, 한강변의 코로나 승용차. 당시 25세의 정인숙이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의혹투성이였다. 정인숙이 남긴 어린 아들의 아버지가 고위층이라는 소문만 무성했다. 열흘 뒤부터는 보도가 통제되었다. 사건을 파헤치던 국회의원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지는 일도 있었다.
첫 번째 용의자는 정종욱, 피살자의 오빠. 넓적다리를 관통당한 채 차 안에서 정인숙과 함께 발견되었는데, 사건 일주일 만에 살인자로 체포되었다. 유일한 증거는 정종욱의 자백. 그런데 옥살이를 하고 나와서는 “허위자백이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용의자는 정일권, 당시 국무총리. 정인숙이 낳은 아이의 아버지라고 정종욱이 지목하는 사람이다. 친자확인 소송도 제기되었으나 소송 중에 정일권이 세상을 떠났다. 살해에 관련되었는지도 불분명.
sbs 화면 갈무리
세 번째 용의자는 박정희. 정일권과 김형욱은 아이 아버지가 박정희라고 주장. 하지만 사람 하나쯤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수 있는 독재자가 이런 ‘소란스러운’ 살해를 지시했을 것 같지는 않다. (김형욱의 시신을 아직도 찾을 수 없다는 현실을 생각해보자.)
진상은 영영 밝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