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통일은 1861년.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역 갈등은 뿌리 깊고 좌우 대립은 종종 극한으로 치달았다. 이탈리아 공산당은 강성으로 유명한 반면, 냉전 시절 반공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던 가톨릭의 본산도 이탈리아다. 이러한 갈등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 우리도 잘 아는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이지만, 현실도 소설처럼 포근하지는 않았다.
알도 모로는 두 번이나 총리를 지냈다. 우파 기독교민주당 소속이지만 당 안에서는 좌파로 불리던, 중도 노선의 정치인. 온건좌파 사회당과 협력하여 정국을 꾸렸다. 총리에서 물러난 후, 70년대 말에는 공산당과도 손을 잡는 ‘대연정’을 구상했다. 그러나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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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3월16일, 무장괴한이 들이닥쳐 경호원을 죽이고 모로를 납치. 우파와 손잡지 말자는 극좌파 ‘붉은 여단’의 소행이었다. 모로를 인질로 협상을 제안했는데 이번에는 정부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이탈리아 우파와 미국이 연정을 꺼렸다는 속사정. 미국의 키신저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결국 오십여일 만에 피살된 채 발견된 모로. 대연정은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을까.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