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장 건설 예정지인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의 거대한 물박달나무를 안아보는 조홍섭 기자. 이성우 촬영
“1970년대 중반 화공과 대학생이던 시절, 공단 근처 공해피해 조사를 많이 다녔어요. 공장에서 폐수나 유독가스 뿜어 인근 어민이나 농민이 생존권 위협받는 폭압적 상황이었죠. 울산 삼산평야(지금은 아파트 단지) 농민의 말이 아직도 생생해요. ‘건너편 공단에서 넘어온 매연 때문에 논이 다 망가졌는데, 문제 삼으면 수출에 지장 있을 텐데….’ 1987년 민주화와 함께 꾹 참기만 하던 피해자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하죠. 공장 폐수와 매연은 물론 쓰레기매립장, 비행장 소음, 도심 탄가루 공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1990년대 이후에는 대도시의 시민들이 수돗물 안전성, 소각장 다이옥신, 식품 오염 등에 관해 문제제기를 하고, 대규모 개발로 인한 자연파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골프장, 콘도, 스키장 건설을 중심으로 벌어집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새만금과 시화호 간척사업, 동강댐 건설 등 국책사업으로 벌이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큰 관심사로 떠올라요. 1990년대부터 논란이었던 대대적 원전개발 사업도 터 선정부터 노동자 피폭, 안전성, 핵폐기물 처분 등의 형태로 다시 시끄러워지죠. 아이고 환경운동사가 되고 있네^^. 가습기 살균제 참사나 설악산 케이블카 조성 시도에서 보는 것처럼 폭력적 모습도 여전하고요.”
조홍섭 기자의 32년은 한국 환경운동의 32년이다. 1985년 <과학동아> 창간 멤버로 출발해, 1988년 <한겨레> 창간에 합류. 줄곧 환경과 과학 분야를 취재해온 환경전문기자 1세대. 그가 지난 28일 정년퇴임했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내일 계속>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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