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이라는 사실을 파헤친 문화방송 피디(PD)수첩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榮華)는 슬프다. ‘한때의 영화’와 비교되는 현실은 비참하다. 뉴스는 엠비시(MBC·문화방송)였다. 지금은? 기자들이 ‘시청률 2%’ 자조하며 반성문 쓴다. 어제 이어 엠비시 중견기자 X다.
-엠비시에서 가장 자랑스럽던 순간은.
“황우석 보도. ‘능력 없어서 진실 밝히지 못한 적 있어도 권력에 굴복해 방송 접은 적 없다’는 피디수첩 멘트가 내부고발자 용기 끄집어냈는데, 과거 엠비시가 그랬죠. 지금 누가 엠비시에 제보하겠습니까? 삼성 X파일은 그 반대였던 듯. 이른바 진보적 경영진 들어섰지만 기사 안 된다며 뭉갰으니까.”
-반성문 동영상에서 ‘엠비시 정상화 위해 욕하고 비난하는 걸 멈추지 말아 달라’고.
“분노도 애정이 있어야. 반드시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달라는 호소.”
-매일 취재 일선 기자들은?
“정치·사회 관련 부서엔 경력 기자뿐. 기존 멤버나 노조 가입자들은 사회부 사건팀에도 3~4명. 법조 역시 전원 경력 시용기자. 주요 출입처를 ‘불온’한 기자들한테 줄 리 없죠. 제작에서 배제되는 일을 겪은 이가 200여명이나.”
-정상화의 그날 온다면.
“저 포함 냉정한 평가 있어야죠. 보도국 남았던 이들이 부역자였는지 그동안 기사로 증명될 터. 경력들도 마찬가지. 인적 청산 없이 엠비시 되돌릴 수 없어요.”
-케이비에스(KBS)와 비교해 보죠.
“케이는 촛불집회 때 전면파업도 했는데 이틀짜리라… 이게 기한 없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차이점이라 하기도.(웃음) 케이는 인력 유지하고 있죠. 엠은 김재철 사장 시절(2010~2013) 보도국 물 너무 흐려졌어요. 시청률 2% 참사 빚으면서도 매일 아침 편집회의가 웃음꽃 터져 나오는 봉숭아학당이라는 게 엠의 비극.”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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