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기의 가장 위대한 운동선수.” 짐 소프에 대한 닉슨 대통령의 평가다. 이력을 살펴보면 과장이 아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이자 농구선수. 가장 재능을 발휘한 종목은 미식축구. 게다가 올림픽 육상 2관왕이다.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에서 5종경기와 10종경기의 금메달을 땄다. 스포츠의 만능천재.
그런데 이듬해 금메달을 잃었다. 사소한 이유 때문. 짐 소프는 학생 시절에 경기당 2달러(요즘 돈으로 6만원쯤)의 많지 않은 돈을 받고 야구 시합을 뛰었다. 다른 선수들도 하던 관행. 그러나 미국 체육계의 높으신 분들이 앞장서서 문제를 삼았다. 당시 올림픽 규정에 따르면 아마추어 선수만 출전을 해야 하는데, 소프는 돈을 받았으니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나서서 미국 선수의 메달을 박탈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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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런 일이? 인종차별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 소프는 한때 ‘인디언’이라 불리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 프로선수 생활을 할 때도 차별은 여전했다. 대공황 기간에 재산을 잃고 알코올 중독으로 숨졌다. 1983년 1월18일,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소프에게 금메달을 돌려주었다. 메달을 잃은 지 70년이 지난 뒤였다.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