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스타더스트. 혜성탐사선이지. 1999년 2월7일에 지구를 떠났어. 혜성 ‘빌트2’를 만나려고 말이야. 소총으로 쏜 총알보다 다섯 배나 빠른 속도로 날아가 작은 혜성에서 시료를 얻어오는 임무. 진짜 어렵겠지? 하지만 난 해냈다고. 혜성의 꼬리를 훑어 아주 작은 알갱이를 묻히는 데 성공했어. 2004년 1월2일의 일이야.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 혜성한테 물으라더군. 태양계가 처음 탄생할 때의 원시물질을 혜성이 갖고 있대. 특히 빌트2는 수십억 년 동안 태양 둘레를 겨우 다섯 번만 돌았기 때문에 옛날 상태 그대로. 한편 혜성과 운석은 생명의 근원이기도 해. 생물체를 구성하는 여러 물질을 지구로 날라다 주었다는 거야. 내가 채집한 빌트2의 표본에서도 글리신이라는 아미노산이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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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마쳐도 나는 돌아가지 않아. 그동안 채집한 표본만 ‘쿨’하게 내려 보내고(2006년 1월15일) 다시 우주로 향했거든. 2011년 3월24일에는 마지막 연료를 태우며 속도를 냈어. 어쩌면 너희 인간이 사라진 다음에도, 어쩌면 우주가 끝나는 날까지, 나는 쉬지 않고 날아갈 거야. 안녕, 친구들. 가끔은 하늘을 보며 영원한 나의 고독을 생각해주렴.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