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남성 육아휴직 한 달 의무화 발표는 기업의 모성보호 정책이나 여성 인력 육성전략 제도로서 다른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사에서 남성 육아휴직 1호를 기록한 김창석 기자(오른쪽)의 모습. 2001년 7월 아기를 보면서 동네 전업주부들과 육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아기는 여자 혼자 낳는가. 남자랑 같이 낳는다. 진리다. 롯데그룹의 남성 육아휴직 한 달 의무화는 그 평범한 진리에 제도로 응답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김은형 기자다.
-롯데가 잘한 건지.
“잘했죠. 주어져도 쓰지 못하는 제도를 사용하는 데는 강제(의무화)가 즉효 약. 내부에서도 환영 분위기.”
-이런 제도 필요한가요.
“사실 휴직 의무화가 우습긴 하지만 한국 기업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는 참신하다고 봐요. 저도 1년 전 연수 갈 때 남편이 육아휴직하고 같이 가겠다며 큰소리치더니 회사 눈치 보다 못 갔죠, 결국 1년 내내 싱글맘의 애환 절감 ㅠㅠ.”
-롯데가 유통 중심 기업이다 보니 여성 직원 수 많죠.
“모성보호 정책이나 여성 인력 육성전략이 남성 중심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편. 현재 14% 정도인 과장급 이상 여성 간부직원을 5년 안으로 30%, 장기적으로 여성 임원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롯데는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 수사 받는 형편.
“롯데 쪽은 당연히 관계없다 하죠. 특검 수사야 어떻든 대국민 이미지 개선 절실한 시점.”
-남성 육아휴직자 불이익 논란도 있었다고.
“지난해 롯데마트 노조에서 남성 육아휴직자 직책 강등 문제 제기한 적 있어요. 롯데마트에선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육아휴직은 불이익 없어야 활성화됩니다!”
-다른 기업으로 퍼질까요.
“기업들의 사원복지제도 살펴보면 북유럽 뺨치는 선진적 내용 많아요. 문제는, 있어도 활용 못 한다는 것. 윗사람 눈치 보면서 연차휴가도 맘대로 못 가는 분위기 여전. 여성 육아휴직도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면서 봇물 터지듯 확산됐잖아요. 이번 롯데 발표도 그런 계기 됐으면 합니다.”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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