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안전문(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 직원 김아무개군의 가방에 있던 스패너 등의 작업 공구와 컵라면, 스테인리스 숟가락, 일회용 나무젓가락. 김군 유가족 제공
엄마 덕분에 황금 마차 탔던 정유라. 그 대척점엔 김군이 있다. 5월28일 구의역에서 안전문 고치다 죽은 김군. 그의 사연과 하청노동자 문제 심층보도한 공로로 이재욱·방준호 기자는 오늘(6일) 제19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했다. 휴직하고 아기 보는 이재욱 기자는 말한다.
-컵라면과 작업 공구 사진 기억나요.
“김군 삼촌이 조카 유품이라며 휴대폰에서 보여주기에 받아 실었죠.”
-독자 슬프게 한 컵라면.
“농심 육개장 사발면, 850원. 그날도 컵라면 먹지 못할 만큼 시간 쫓겼을 듯.”
-어떻게 단독 보도했는지.
“반복되는 안전문 노동자 죽음에 의구심 갖던 차에, 유족 만나보라는 선배 지시 받고 다음날 정오 장례식장 방문. 뜻밖에도 취재진은 저뿐. 유족들은 보자마자 도와달라 했어요. 그 뒤 연속보도.”
-사고 뒤 제2, 제3의 김군 현실은.
“서울시는 지하철 안전업무 분야 직접고용안 내놓았죠. 국회에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개정안’등 발의. 벼랑 끝 비정규직 현실은 여전.”
-오늘 수상소감은 어떻게.
“김군 소속된 용역업체 은성피에스디(PSD)의 핵심 제보자는 서울메트로 출신인데 지난 7월 해고됐어요. 술에 취하면 전화하시죠. ‘이 기자, 나도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어. 은성으로 옮길 때도 연봉 깎이지만 오래 일할 수 있고 자식들 시집장가 보낼 때 보태주려 한 것밖에 없어.’ 일부 언론은 그를 김군 죽인 ‘메피아’로 몰았죠. 언론이 흉기 되는 사례. 그 해고노동자에게 가장 감사해요.”
-100일 막 지난 이 기자 아들한테 한마디.
“당황스러운 질문.(웃음) 아가야, 정유라 보고 누구보다 더 분노하고, 김군 보고 누구보다 더 아파할 줄 아는 사람 되거라.”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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