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퇴진 압력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탄핵과 특검, 국정조사의 쓰나미가 한번에 몰려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상실한 채 해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8일 불이 꺼져 있는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순실과 공범이다. 차은택과 공범이다. 주범은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검찰 대면조사를 세 번째 거부했다. ‘대통령’ 호칭 쓰지 말자는 매체도 나온다. 그의 집을 매일 드나드는 이들은 숨이 막힌다. 최혜정 기자다.
11월28일 청와대 정문(일명 11문) 앞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관람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에서도 촛불집회 함성 들릴 텐데.
“기자실 있는 춘추관에서 꽤 커요. 비서실 있는 위민관에선 창문 닫아도 들린다고. 대통령 관저는 산 밑이라 소리 울려 더 크게 들린다네요.”
-요즘 청와대 분위기 어떤지.
“침울하죠. 직원들이 외부일정 거의 안 잡고 자숙 모드.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전화도 잘 안 받고요.”
-대변인은 매일 기자실 오죠?
“아침 8시에서 8시 반 사이에 대통령 일정 브리핑. 요즘은 매일 일정이 없대요. 뭐든지 의견 물으면 ‘숙고하고 있다’, ‘경청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답.”
-기자실 분위기 흉흉한가요?
“한숨과 욕이 지배. 수석비서관들 일괄사표 받았다는 문자 공지를 금요일(10월28일) 밤 10시 반에 받았어요. 청와대 비서실 인사는 일요일(10월30일) 오후 5시에 발표. 11월4일 대국민 담화 한다는 문자도 전날 밤 10시24분에 발송. 기사 쓰기 힘든 시간만 쏙쏙 골라.”
-대통령, 세번째 담화 검토 중.
“물러난다는 내용 아니면 사람들 마음 움직이겠어요? 이번에도 질문 안 받으면 보이콧하겠다는 기자 많아요. 시간 정하지 말고 끝장 기자회견 형식 어떨지.”
-현 청와대, 한마디로 표현하면.
“뇌사상태. ‘마지막 날’받아놓은 심정. 대통령이 무슨 지시 해도 권위 실리지 않는 상황.”
-이 시대에 청와대 출입이란.
“기사 쓸 땐 참담하고 촛불 보면 경이롭고. 이래저래 복잡합니다.”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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